
전력시장 도매가격(SMP)이 치솟으며 내년 1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압박 받고 있는 가운데 물가에도 비상이 걸리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력구입비가 급증하면서 적자가 쌓이고 있는 한국전력의 재무상황도 문제지만, 대선이 채 100일도 남지 않아 전기요금 인상에 정치권과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형국이다.
9일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월평균 킬로와트시(kWh)당 SMP 가격은 127.06원이다. 올해 1월(70.65원) 대비 약 1.8배 급등한 수준이며 지난해 11월(49.80원) 기준으로는 2.6배 가량 올랐다.
업계에서는 SMP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유가의 상승이 SMP에 반영되는데, 통상적으로 6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선 내년 2~3월께 SMP가 더욱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같은 전력 도매가격 상승은 한전의 실적 악화로도 연결된다. 전력구입비가 늘어나면 전력 사업자 한전의 입장으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전은 올 3분기 영업손실이 9367억원이라고 밝혔다. 냉방 전력 수요로 인해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3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1∼2025년 중·장기 재무 관리 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1조9515억원의 흑자를 냈던 한전은 올해 3조2677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적자 부담에 전력 당국은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20일을 전후해 발표될 내년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도 ‘인상’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최근 10년 만에 소비자물가가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물가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여기에다 공공요금까지 오를 경우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확산 우려까지 번지면서 물가 상황에 변동성이 커졌다.
이 밖에도 내년 3월 예정된 대선을 앞두고 전기요금 인상 유보 전망도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의 인상 요인이 다분한데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억누르면 부작용이 커질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통화에서 “2~3원 인상을 한다고 해도 ‘언 발에 오줌누기’ 정도밖에 안된다”며 “한전이 전력구입비를 줄이려 애를 쓰면 발전사업자들이 어려워진다. 그렇게 되면 탄소중립에 대한 에너지 신산업 투자를 할 수 없기에 투자도 줄고 일자리 기회도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이렇게 연료가격이 오르는 상태에서는 2~3원 정도 (인상을) 해서 사람들에게 연료가격이 올랐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기요금에는 원가를 반영해야 하고, 탄소 배출 부분도 반영해야 한다”며 “탄소를 많이 쓰는 것을 절약해야 되는데, (이는) 경제 전체의 문제인데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기술 혁신으로 국제경쟁력을 찾기 보단 싼 전기값으로 경쟁력을 찾는다면 분명 부작용도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