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리스크’ 출구 전략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윤 후보는 부인의 허위 경력 의혹에 대해 일단 고개를 숙이고 자세를 낮췄지만 ‘공식 사과’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과 모드’로 난국을 돌파하려 했던 국민의힘도 스텝이 꼬였다. 당내에서는 신속하고 전격적인 사과 표명으로 국면을 수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윤 후보가 방어적 태도를 고수하면서 속앓이를 하는 분위기다.
17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윤 후보는 부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허위 경력’ 의혹에 대해 선(先) 검증, 후(後) 사과 원칙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김씨가 사과 의향을 밝힌 뒤 윤 후보도 태도를 바꿨지만, 팩트체크 없이는 사과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윤 후보는 전날(16일) 기자들을 만나 “어떤 결론이 나든 국민이 기대하는 그런 눈높이와 수준에 미흡한 점에 대해서는 저나 제 처나 국민께 늘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도 “(민주당에) 공세에 빌미라도 준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제 내용에 대해선 저희들이 조금 더 확인해보고 나중에 사과를 드리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죄송하다’는 말을 거듭했지만, 이 표현이 의혹을 모두 인정한 ‘공식 사과’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의혹) 내용이 조금 더 정확히 밝혀지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 점은 인정한다’ 하면서 사과해야 한다”며 “이런 것들을 잘 모르면서 그냥 사과한단 것도 좀 그렇지 않나”고 말했다.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도 윤 후보의 입장에 따라 ‘수위 조절’에 들어갔다. 선대위는 최근까지 윤 후보가 직접 대국민 사과에 준하는 입장 표명을 해 사태를 조기 수습하는 그림을 그렸지만, 윤 후보가 확고한 의지를 세우자 사과문보다는 ‘팩트체크’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선대위 관계자는 “사과 자체를 안 한다는 말은 할 수 없지만, 공식 사과 계획은 현재로서 없다”며 “후보 배우자의 문제이기 때문에 선대위 차원에서 메시지도 낼 예정이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선대위는 시시비비를 가리는 작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선대위의 표면적 입장과 달리, 당 내부에선 윤 후보의 ‘소극적 대응’을 우려하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윤 후보 부부의 사과에도 여론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판 내로남불’ 프레임을 강화하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팩트체크가 돼야 무엇을 사과할지 당사자도 알 수 있으니 그것이 원칙적으로 맞는다”면서도 “이런 방식의 사과가 국민 정서에 부합할 것이냐는 다른 문제다. 잘못만 골라내서 사과하겠다는 태도는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선대위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도 “팩트 체크를 하지 않고 일단 사과하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의원은 “팩트 체크에 따라 사과하고 책임질 부분이 커질 수도 있고 작아질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당장 사실 검증이 되겠냐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사과할 타이밍을 실기(失期)하면 그 후폭풍이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