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들의 성과급 시즌이 되자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돈을 많이 받는 쪽은 잔칫날이지만 적게 받거나 소외당한 곳은 그야말로 배가 아프다.
특히 계열사별로, 업무별로 차등을 두면서 불만이 터졌다. 특정 회사, 부서만 성과급을 많이 받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성과급을 놓고 몸살을 앓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단국이래 최대 기업공개(IPO)’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이 이날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가운데 모회사인 LG화학 직원은 허탈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배터리 사업이 정상화되기까지 화학부문이 먹여 살렸는데, LG화학 직원들은 LG엔솔 상장과 관련한 보상에서 철저히 소외됐기 때문이다.
앞서 LG엔솔이 LG화학의 배터리사업본부로 적자를 낼 때 석유화학본부가 대규모 투자금을 조달해 지원했다. 그런데 물적분할한 LG엔솔의 우리사주 배정 대상에서 LG화학 직원들은 제외되고, LG엔솔 직원들만 850만주를 받았다.
적자일 때 도와주고, 같이 고생했는데 성과에 대한 보상에서는 ‘쏙’ 빠진 셈이 됐다. 결국 LG화학 노조는 최근 본사를 항의 방문해 최고인사책임자(CHO)에게 LG엔솔의 물적분할과 기업공개에 관한 적절한 보상을 요구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일반직 책임매니저에게 지급한 ‘탤런트 리워드 포상’이 문제가 됐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는 총 3047명의 우수 성과자에게 500만원씩 지급했는데, 이에 대해 노조가 불만을 제기했다.
차등 성과급 500만원을 생산직 등 전 조합원에게 지급해달라는 요구다. 노조는 “현장에서 임무를 다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3만 조합원의 피와 땀의 결실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인원에게만 성과급을 지급한 것은 단체협약,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직원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2일 위기 극복 특별 격려금으로 기본급의 최대 200%를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주일 뒤 SK하이닉스가 전 직원에게 300%를 지급하겠다고 하자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
결국 삼성전자는 메모리사업부에 월 기본급의 300%를, 반도체연구소에는 200%를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다. 또 초과 이익 성과급(OPI·옛 PS)을 최대 한도인 연봉의 50%까지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SK하이닉스도 바로 초과 이익 분배 성과급(profit sharing)을 최대 한도인 기본급 1000%(연봉 50%)만큼 전 직원에게 지급하기로 하면서 ‘맞불’을 놨다.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성과급 경쟁을 벌인 것이다. 이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바라보는 계열사와 다른 회사 직원들은 박탈감이 크다.
블라인드에 올라온 삼성전자 성과급 글에는 “머슴도 대감집에서 해야 한다”, “갓전”, “대기업은 다르다”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특히 삼성의 다른 계열사들은 상대적으로 성과급 액수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외감을 드러냈다. 삼성은 전자와 후자(다른 계열사)로 나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다른 기업들도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성과급이 나와도 상대적으로 적은 액수다 보니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최근 주가 급락으로 손해를 본 직원들은 배가 더 아프다. 대표적으로 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크래프톤은 최근 주가 하락으로 지난해 우리사주를 받은 직원들의 평균 손실이 50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성과급으로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공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각 기업의 성과급 액수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며 “기업 내부에서도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