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상 재판시효가 15년에서 25년으로 개정되기 이전 벌어진 범죄에는 공소시효와 마찬가지로 개정 법을 소급적용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폭력행위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면소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1999년 경남 창원을 기반으로 하는 폭력조직을 만든 뒤 납치·폭행 범행을 저질러 2000년 6월 기소됐다. 2002년 5월 첫 공판이 열렸지만 도주해 재판이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이후 2007년 12월 형사소송법 제249조 1항(공소시효)과 2항(재판시효)의 시효 기간을 연장하는 법 개정이 시행됐고 개정법 부칙 3조를 통해 개정법 시행 전 일어난 범죄에는 종전 규정을 적용한다고 정했다.
현행 형소법 제249조 2항은 공소가 제기된 범죄는 판결 확정없이 공소가 제기된 때부터 25년이 지나면 공소시효가 완성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개정 전 시효는 15년이었다.
1심은 이 사건에 적용되는 재판시효 기간을 15년으로 보고 공소제기일로부터 15년이 지난 2019년 피고인 출석없이 공판을 다시 진행했다. 관련 형소법에 따르면 면소 판결이 명백한 경우 피고인 출석 없이 재판할 수 있다.
1심은 “피고인에 대한 공소가 2000년 6월 제기됐고 이후 판결 확정없이 15년이 지났다”며 A씨에게 면소판결을 내렸다. 부칙을 근거로 개정 전 형소법 249조 2항을 적용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해당 부칙은 ‘공소시효에 관한 경과조치’라는 표제 아래 명시돼 있으므로 문언상 부칙은 공소시효에 대해 적용될 뿐 재판시효에 적용될 수 없다”며 항소했다.
부칙에 명시된 ‘공소시효에 관한 경과조치’를 글자 그대로 해석해 공소제기 전의 시효인 공소시효에만 해당 부칙이 적용된다는 취지다.
공소시효는 범죄행위가 종료된 후 공소제기 없이 일정 기간이 경과되면 공소권이 소멸하는 것을 뜻하고 재판시효는 공소제기 후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채 일정기간이 지나면 시효가 끝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2심은 “형소법 부칙 3조는 249조 1항의 시효뿐 아니라 같은 조 2항의 시효에도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문언과 규정 체계에 맞는 해석”이라며 1심과 마찬가지로 면소 판결했다.
2심은 “만약 입법자가 공소시효와 재판시효를 구분해 소급여부를 정하려 했다면 법 개정 시 명확하게 구분해 규정을 뒀을 것”이라고 짚었다.
대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대법원은 “부칙조항의 취지는 시효 연장이 피의자 또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조치인 점을 고려해 개정 법 시행 전에 이미 저지른 범죄에는 개정 전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칙조항의 ‘종전 규정’에는 옛 형소법 249조1항뿐 아니라 같은 조 2항도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개정 법 시행 전 범한 죄에는 부칙조항에 따라 옛 형소법 제249조 제2항이 적용돼 판결 확정없이 공소를 제기한 때부터 15년이 경과하면 시효가 완성한 것으로 간주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