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잠실 구장에서 ‘엽의 전쟁’이 펼쳐진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과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의 지략 대결이 차기 시즌 KBO리그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잠실 구장을 홈으로 쓰는 ‘한 지붕 두 가족’ 두산과 LG는 2022시즌 종료 후 나란히 사령탑을 교체하며 새 출발을 선언했다.
정규시즌 창단 첫 9위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쓴 두산은 김태형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하고 ‘국민 타자’ 이승엽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하는 파격적인 결단을 내렸다. 두산은 초보 사령탑 이승엽 감독에게 계약기간 3년, 총액 18억원이라는 거액을 안기며 체질 개선과 쇄신이라는 중책을 맡겼다.
최초의 신직업 ‘집행자’
플레이오프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패해 탈락한 LG 역시 정규시즌 창단 최다승(87승)을 기록한 류지현 감독과 결별하고 염경엽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우승 청부사’를 찾아나선 LG는 지도자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염경엽 감독을 적임자로 낙점, 한국시리즈 우승의 한을 풀기 위한 새로운 첫 발을 내딛었다.
한 달의 시간차를 두고 잠실 라이벌 구단의 감독으로 부임한 이승엽 감독과 염경엽 감독은 이제 잠실의 패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됐다.
선수 시절 커리어에서는 단연 이승엽 감독이 염경엽 감독을 압도한다. 이승엽 감독은 현역 시절 KBO리그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강타자였다. 통산 1906경기에서 타율 0.302, 467홈런, 1498타점을 기록했다. 타격 관련 숱한 기록을 써내며 ‘국민 타자’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KBO리그 레전드 40인에도 선정됐다.
이에 반해 염경엽 감독의 현역 커리어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10시즌을 뛰었지만 통산 타율은 0.195에 그쳤다. 주로 대수비 혹은 대주자로 뛰었고,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한 채 유니폼을 벗었다.
하지만 지도자 커리어로 넘어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승엽 감독은 은퇴 후 해설위원, KBO 기술위원 등을 맡아 현장의 분위기를 익혔지만 아직은 지도자 경력이 없는 초보 사령탑이다. 기대와 함께 우려섞인 시선이 이승엽 감독을 따라다닌다.
반면 염경엽 감독의 지도자 경력은 화려하다.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감독을 역임하며 수 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이젠 LG 감독직을 맡아 세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운영팀장, 단장 등을 거치며 수 년간 프런트 경험을 쌓은 것도 염경엽 감독의 강점이다.
LG도 “구단은 프런트와 현장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갖춘 염경엽 감독이 구단의 궁극적 목표와 미래 방향성을 추구하기에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신선함과 노련함의 대결로 압축되는 ‘엽의 전쟁’은 벌써부터 야구팬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두 사령탑도 내년 시즌 준비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이승엽 감독은 이천에서 선수들과 합숙하며 마무리 캠프를 지휘하고 있고, 염경엽 감독도 9일 마무리 캠프가 진행 중인 이천에 합류해 본격적으로 훈련을 이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