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징계 심의를 일주일 앞두면서 당내 ‘패권 다툼’이 절정을 맞고 있다. 친윤(친윤석열)그룹은 노골적인 세력화에 나서며 전방위 공세를 펴고 있고, 안철수 의원도 전열에 합세했다. 이 대표는 고립무원에 놓이자 태세를 바꾸고 ‘로키(low-key·절제된) 행보’를 이어가며 돌파구를 모색하는 형국이다.
30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 중앙윤리위원회는 다음 달 7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 대표와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에 대한 ‘성접대 증거인멸교사 의혹 품위유지 위반의 건’을 심의한다. 윤리위가 이 대표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지는 전망이 엇갈리지만, 최측근인 김 실장은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세는 이 대표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는 성접대 및 증거인멸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한편, 당내 정치적 공세에 적극 반박하고 있지만 당내 분위기는 서늘하다. 오히려 집권여당 대표가 민생과 정책은 뒷전으로 미루고 당내 분열을 앞장서서 키우고 있다는 ‘비토 정서’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반전 카드로 기대를 모았던 ‘윤심(尹心) 구애’ 전략도 일단 좌초된 모습이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윤리위 징계 심의가 열리기 전 윤석열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두 차례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이준석 손절’ 수순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이 대표는 사면초가에 놓인 처지가 됐다.
한 재선 의원은 “집권여당 대표라는 사람이 최근에 미래지향적이고 희망적이고 건설적인 메시지를 낸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느냐”면서 “매일 당내 인사들을 디스(비방)하고 그래서 되겠나”고 비판했다. 한 초선 의원은 대통령실이 ‘만찬 회동’ 사실을 공개 부인한 것에 대해 “대통령을 팔지 말라는 경고가 아니겠다”고도 했다.
이 대표가 ‘잠행’에 들어간 점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는 28일 비공개 일정만 소화한 뒤 29~30일에는 지방 일정에 집중하며 당내 현안과 거리를 두고 있다.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는 안 의원이 당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개개인의 정치 활동을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말을 아꼈다.
‘승기’를 잡은 친윤계는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친윤계 의원모임 ‘민들레'(민심 들어볼래) 간사인 이용호 의원은 28일 라디오에서 “지난 대선 과정 그리고 지방선거를 치러오면서 축적된 서로 간의 불신 리더십의 문제들이 표출되는 상황이라고 본다”며 당내 갈등의 책임을 이 대표에게 돌렸다.
민들레 멤버이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한 박수영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TWO(두) 이씨가 데칼코마니다. 자기 살기 위해 당을 망치는”, “안철수, 여당 의원은 모두 친윤. 내 생각과 같다”는 글을 연달아 올렸다. 이 대표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동일 선상에 놓고 저격하는 동시에 ‘친윤 세력화’를 노골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은 ‘이준석 낙마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 대표가 친윤계와의 ‘파워 게임’에서 패배하면서 여권 내 권력 구도가 재편되는 그림이다. 일각에서는 윤리위가 다음 달 7일 김철근 실장에 대해서만 중징계 처분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이 대표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어 스스로 거취를 결단하도록 압박해 후폭풍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막판에 이 대표를 끌어안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와 정당 지지율이 ‘데드크로스’를 보인 상황에서 이 대표가 친윤계에 의해 ‘축출’되는 모양새가 연출되면 국정 동력이 급전직하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이 대표가 중징계를 받고도 ‘버티기’에 들어가면 내홍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당내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귀국한 이후를 마지막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이 다음 주 초 당 지도부를 초청해 첫 해외일정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거나, 윤리위 개최 하루 전날(6일) 예정된 첫 고위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에서 국면 반전의 ‘물꼬’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윤 대통령이 윤리위 직전 이 대표를 비공개로 면담해 ‘담판’을 지을 가능성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도 국정과 당내 사태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끝까지 ‘당무는 알아서 하시라’는 스탠스로 있지는 못할 것 같다”며 “이 대표가 순순히 물러날 성격이 아니라는 점도 잘 알기 때문에 (대통령이) 비공개로 면담을 갖고 어떤 방식으로든 담판을 지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