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 모셔오고,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지난 6월 유럽출장에서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기술보다 ‘우수 인재’를 먼저 강조했다. 인재가 조직을 키우고, 삼성의 미래를 이끈다는 ‘인재제일(人材第一)’ 경영철학이다.
삼성의 인재 사랑은 남다르다. 앞으로 5년 동안 총 8만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실제 인력 수요는 연간 약 1만명 수준이지만 삼성은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난 3년간 4만명 이상 채용했으며, 올해부터는 채용 규모를 20% 더 늘렸다. 연간 6000명을 더 채용하는 셈이다.
이를 위해 6일부터 오는 14일까지 2022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한다. 20개 계열사가 참여해 인재 채용에 나선다. 현재 5대 그룹 중 신입사원 공채를 유지한 곳은 삼성이 유일하다.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기 위한 결정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영상 메시지를 통해 “기업인의 한사람으로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저와 삼성은 세상에 없는 기술, 우리만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더 많이 투자하고,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청년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특히 인재제일을 위한 능력 중심의 인사를 구현하기 위해 지속적인 인사 제도 혁신을 추진 중이다.
고(故) 이건희 회장의 ‘여성인력 중시’ 철학에 따라 1993년 국내 최초로 대졸 여성 신입사원 공채를 신설했으며, 1995년에는 입사 자격요건에서 △학력 △국적 △성별 △나이 △연고 등을 제외하는 파격적인 ‘열린 채용’을 실시했다.
이건희 회장의 ‘인재경영’ 철학을 계승한 이 부회장은 이를 더욱 발전해 삼성의 조직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평소 “기존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은 물론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을 바꾸자. 잘못된 것, 미흡한 것, 부족한 것을 과감히 고치자”고 강조해 왔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조직 활력과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직급 통폐합 등을 통한 수평적 조직문화 확산 △직급별 체류 연한 폐지를 통한 조기 승진 기회 및 과감한 발탁 승진 확대 △평가제도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인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회사와 직원들이 함께 성장하는 ‘미래지향적 조직문화’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연한 조직 문화로 창의적인 환경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핵심인재 영입도 적극적이다. 지난 2020년 5월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회사의 미래를 위해 외부의 유능한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당시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며 “삼성은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분야 최고 석학인 승현준(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를 통합 연구조직인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유연한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직원들과의 직접 소통도 확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본격적으로 경영을 재개한 직후 화성사업장에서 반도체부문 직원들을 만난데 이어 삼성전자 DX부문 MZ세대 직원, 삼성SDS ‘워킹맘(일하는 엄마)’ 직원들과도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평생 처음 어머니랑 단둘이 휴가 보냈다”, “드라마도 봤고, 하루는 방콕했다”, “80 다 된 노인이 아들 걱정에 비타민 많이 먹으라고 한다” 등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고 셀카도 찍었다.
소탈한 모습으로 소통경영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이 아직 찾지 않은 계열사에서는 이 부회장의 방문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수평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조직도 달라지고 있다”며 “유연한 조직 문화는 물론 MZ세대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