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과적으로 본선에는 꼬박꼬박 진출했으나 사실 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를 때마다 한국 축구는 애를 먹었다. 내용과 결과 모두 불안했고 경기를 거듭할수록 나아지는 게 아니라 외려 후퇴하는 일들이 많았다.
때문에 최종예선 일정 막바지에 이르면 월드컵에 가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이 대세를 이뤘고, 이렇게 부진한데 월드컵에 가면 또 뭐하겠느냐는 절망론까지 이어지곤 했다.
이번엔 달랐다. 한국은 안정된 레이스 끝에 카타르행을 조기에 확정했다. 이젠 안팎의 신뢰와 확신이라는 순풍을 등에 업고 일찌감치 본선을 준비할 참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라쉬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리아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에서 2-0으로 이겼다.
6승2무(승점 20)가 된 한국은 남은 최종예선 2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했다. 이로써 한국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을 시작으로 10연속 본선 진출이자 총 11번째 월드컵 본선 무대로 향하게 됐다.
이렇게 무탈하게 본선에 오른 기억, 많지 않다.
그동안 한국은 최종예선을 치를 때마다 큰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선 딱 이 무렵인 8차전까지 4승1무3패(승점 13)를 기록,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결국 대한축구협회(KFA)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하고 남은 9·10차전을 신태용 감독에게 급히 맡겼다.

벼랑 끝에 몰렸던 신태용 감독은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2무를 추가, 4승3무3패(승점 15)를 기록해 3위 시리아(3승4무3패·승점 13)를 승점 2점 차이로 간신히 따돌리고 본선에 직행했다.
다행히 급한 불은 껐지만, ‘소방수’로 투입된 신태용 감독이 이어진 본선에서 자신의 축구 철학을 구현하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보다 앞선 2014년도 비슷했다. 2차 예선에서 한국이 부진한 성적을 보이자 “이대로라면 본선에 못 간다”며 분위기 속에 조광래 감독이 짐을 쌌다. KFA는 최강희 당시 전북 현대 감독에게 최종예선까지만 지휘봉을 맡기는 임시 체제로 팀을 운영했다.
여러 차례 고사하다 우여곡절 끝에 사령탑에 오른 최강희 감독은 팀 분위기를 수습하려 애썼지만 많이 흔들렸다. 불안함 레이스 끝에 4승2무2패(승점 14, 골득식 +6)를 기록,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4, 골득실 +5)에 득실 차 1골 앞서 겨우 본선에 올랐다.
당연히 안팎에선 비난의 목소리가 컸다. 약속대로 최강희 감독은 전북으로 복귀했고, 본선에선 홍명보 감독이 팀을 맡았다. 홍명보 감독 역시 팀 전체의 연속성을 가져가기엔 한계가 있었다.
두 대회 모두 한국 축구는 최종예선 단계에서 흔들렸고, 일단 ‘진출하고 보자’라는 고육책을 꺼내들 수밖에 없었다. 그 이상을 내다볼 여유도, 시간도 없었다.

그래서 벤투호의 성과와 벤투호가 달려온 시간이 갖는 의미가 크다. 벤투 감독은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끝낸 뒤 부임, 다음 월드컵이 열리는 4년의 시간을 꽉 채우며 이번 월드컵을 준비해왔다.
초반 위기가 없던 건 아니었지만 최종예선 후반부로 갈수록 경기력과 결과 모두 우수했기에 바람직한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내부에는 자신감이 커졌고, 외부의 시선에는 믿음이 생겼다. 더 이상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에 토 다는 이는 없다.
이제 한국은 월드컵으로 가는 길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 지도자와 함께 월드컵 본선을 준비한다. 이는 한국 축구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벤투호는 최종예선 9, 10차전을 포함해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을 오롯이 본선을 대비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가뜩이나 올해 월드컵은 11월에 열린다. 이미 차근차근 준비해온 벤투호가 순풍에 돛을 달고 마지막 담금질을 실시할 수 있는 든든한 발판을 마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