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그룹이 향후 3년간 문화와 플랫폼, 웰니스 등 미래 혁신성장 분야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이재현 회장은 3일 Δ컬처(Culture) Δ플랫폼(Platform) Δ웰니스(Wellness) Δ서스테이너빌러티(Sustainability) 등 4대 성장엔진을 중심으로 미래 혁신성장을 이루고, 최고인재 육성과 일문화 혁신을 이뤄내자고 주문했다.
이 회장은 CJ의 현재를 ‘성장 정체’로 규정했다. CJ그룹은 1995년 독립경영 후 매출 30조, 자산총액 24배 증가 등의 성과를 이뤄냈지만 성장 속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을 지적한 셈이다. 새로운 비전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고 급부상하는 플랫폼 경제에도 대응해 나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4조3000억원, ‘브랜드·미래형 혁신기술·디지털 전환’에 사용
이 회장은 이날 직접 동영상을 통해 ‘2023 중기비전’을 공개했다. 영상은 사업현장의 직원들이 변화와 성장의 방향과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강한 실행 의지를 밝히고 이 회장이 이에 응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이 회장은 “앞으로 CJ는 트렌드 리딩력, 기술력, 마케팅 등 초격차 역량으로 미래 혁신성장에 집중하고, 이를 주도할 최고인재들을 위해 조직문화를 혁명적으로 혁신해 세계인의 새로운 삶을 디자인하는 미래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기존 1위라는 안주에서 벗어나 혁신과 성장의 동력을 재장착해야 하는 시점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를 위해 이 회장은 ‘컬처·플랫폼·웰니스·서스테이너빌리티’ 4가지를 핵심 동력으로 제시했다. 이들 분야의 성장을 위해 오는 2023년까지 10조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할 계획도 세웠다.
특히 이중 절반 가량인 4조3000억원은 브랜드와 미래형 혁신기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전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3년내 ‘4대 미래성장엔진’서 그룹 매출 성장 70% 달성 목표
컬처 분야에서는 CJ가 만드는 음식, 음악, 영상 콘텐츠, 뷰티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서비스와 제품을 세계인이 즐기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를 중심으로 만두·치킨·K소스 등 글로벌 전략제품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CJ ENM 엔터테인먼트부문은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플랫폼에서는 CJ 계열사가 보유한 디지털 플랫폼, 물류 인프라 등을 토대로 데이터 기반 고객중심 경영을 가속화해 디지털 영토를 확장하고, 장기적으로 CJ만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슈퍼 플랫폼을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TVING은 2023년 가입자 800만명 돌파를 목표로 네이버, JTBC 등 파트너사들과 함께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한편 아시아, 미주 등 주요 국가에 서비스를 진출시켜 글로벌 K-콘텐츠 열풍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CJ대한통운은 국내 이커머스 산업의 ‘핵심 동반자’ 지위를 강화해 풀필먼트 서비스 확대와 새로운 라스트마일딜리버리(LMD) 시장 선도에 나선다. CJ ENM 커머스부문은 라이브커머스 역량을 강화해 홈쇼핑을 넘어 버티컬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CJ올리브영은 글로벌 K-뷰티 전문 플랫폼 지위를 굳힌다는 목표다.
웰니스는 CJ제일제당의 기존 건강기능식품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차세대 치료제 중심 레드바이오를 확장해 궁극적으로 개인맞춤형 토탈 건강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한다.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천랩’을 인수한 것도 이런 전략의 하나다.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 진출도 추진 중이다.
서스테이너빌리티에서는 친환경·신소재·미래식량 등 혁신기술 기반의 지속가능한 신사업을 육성하고 미래 탄소자원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로 했다.
외부 기업, 기관들과 개방적 협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경영방식도 혁신한다. 작년 네이버와의 전략적 사업제휴처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업 모델을 추가 발굴하고 오픈 이노베이션과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 신사업 발굴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CJ 관계자는 “그룹의 투자와 역량을 4대 미래성장엔진에 집중해 3년내 그룹 매출 성장의 70%를 4대 미래성장엔진에서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최고인재 육성 위한 자기주도적 성장 기회 부여
이 회장이 가장 강조하고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최고인재 확보와 조직문화 혁신이다.
이 회장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인재”라며 “‘하고잡이’들이 다양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통해 그 동안 다른 기업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보상을 받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일터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 “인재들이 오고 싶어 하고, 일하고 싶어 하고, 같이 성장하는 CJ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CJ의 인사조직 혁신은 나이, 연차, 직급을 가리지 않는 인재발탁과 임직원 스스로 일하는 시공간과 경력까지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자기주도형(Self-Design) 몰입’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인재발탁의 기준을 연공서열이 아닌 능력과 의지로 바꾸는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임직원이 소속 계열사와 직무에 제한 없이 그룹 내 다양한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잡 포스팅(Job Posting)’, ‘프로젝트/TF 공모제’가 시행된다.
구성원들이 기존의 조직에서 벗어나 새 사업에 도전할 기회도 제공한다. 독립조직인 CIC(Company In Company)와 사내벤처를 활성화하고 사업화 성공시 스톡옵션 부여 등 다양한 보상제도도 함께 마련한다.
이 날 CJ는 미래와 인재 중심 성장방향을 담은 경영 슬로건으로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듭니다, LIVE NEW(Create future lifestyle with you)’를 제시했다.
이 회장은 “우리의 일상을 항상 건강하고 즐겁게, 전세계인의 삶을 흥미롭고 아름답게, 지구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새 지향점”이라고 밝혔다.

◇내수 식품 기업에서 글로벌 문화기업으로 성장
CJ그룹의 이번 비전 발표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한 의지가 깃들여 있다는 평가다. 실제 CJ의 역사도 대동소이하다.
CJ 성장의 역사는 새로운 시장을 산업화하고 시장과 기업이 함께 발전한 ‘창조적 혁신’의 과정으로 평가된다. 이재현 회장은 ‘변화하지 않으면 성장의 기회가 없다’는 이념으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매진해왔다.
과거 CJ는 1995년 제일제당그룹 출범 후 기존 내수 식품위주의 사업구조에 대한 대대적 재편을 진행했다.
1998년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 극장을 도입했고 1999년에는 국내 최초 헬스앤 뷰티스토어 사업진출(현 CJ올리브영)과 2000년 39쇼핑(현 CJ온스타일) 인수를 통한 국내 홈쇼핑 시장을 개척했다.
2002년 CJ로 그룹 사명 변경 후 2011년 CJ E&M(현 CJ ENM) 출범과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 인수 등을 통해 △식품&식품서비스 △바이오&생명공학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신유통&물류 등 4대 사업군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CJ그룹은 4대 사업군 재편을 통해 제일제당 그룹 출범 당시 매출 1조6000억원에서 5년 만인 2010년, 매출 11조가 넘는 국내 대표 생활문화기업으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했다.
CJ그룹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에 나섰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 2010년 CJ 온리원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CJ(Global CJ)’를 천명하며 그룹의 제2도약을 선포했다.
본격적인 글로벌 도약을 위해 CJ그룹은 투트랙 전략을 펼쳤다. 먼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에서는 철저한 현지화를 통한 방식으로 다른 기업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실제 베트남에서는 1998년 최초로 대표 사무소를 오픈한 이래 사료, 물류, 베이커리, 영화, 유통, 바이오 등 6개 사업부문에서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에는 1988년 진출한 이래 약 8억 달러(약 8900억원)이상을 투자해 현지 사업 성공의 토대를 닦았다.
이러한 현지화 전략뿐 아니라 필요한 영역에서는 과감한 M&A로 글로벌 영토를 넓혀왔다. △베트남 민닷푸드(2017년) △독일 마인프로스트(2018년) △미국 카히키(2018년)에 이어 지난해 미국 식품 기업 슈완스를 약 2조원에 인수하면서 K푸드 글로벌 확산을 위한 플랫폼 확보에 나섰다.
또 CJ대한통운을 앞세워 인도 △다슬 로지스틱스(2017년) △미국 DSC(2018년) 등을 인수하며 글로벌 물류기업 도약을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최근 CJ그룹은 한류 콘텐츠와 K푸드를 연계시키는 새로운 글로벌 비즈니스를 선보이는 한편, 인수한 해외 법인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가시적인 글로벌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CJ주식회사 연결 재무제표 기준 전체 매출의 약 40%가 글로벌에서 나왔다.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은 이미 글로벌 매출 비중이 40%를 훌쩍 넘었으며, 지난 2019년 CJ제일제당의 식품 글로벌 매출도 처음으로 50%를 넘어서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다.

◇’변화’와 ‘혁신’ 통한 제 3의 도약 노력
하지만 이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직접 비전을 제시한 동영상에서 그룹의 현재를 ‘성장정체’로 규정했다. 그는 “최근 3~4년 사이 세상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정체의 터널에 갇혔다”며 미래 대비가 부진했다고 자성했다.
그 원인으로는 신성장 동력 발굴에 과감하게 나서지 못하고 인재를 키우고 새롭게 도전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대로는 급변하는 산업환경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절박함을 묻어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CJ는 독립경영 이후 4대 사업군을 구축하며 재무적 성과는 물론 시장 평가 역시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2015년 이후에는 4대 사업군이 완성되며 재무적 성과는 상승한 반면 시가총액은 오히려 하락세를 나타냈다.
또 생활전반으로 플랫폼화가 확장되고 이로인해 전방위적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지금이 성장과 정체의 기로에 놓여있는 시기라고 규정했다. ‘변화’와 ‘혁신’을 통한 제 3의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앞으로 CJ는 트렌드 리딩력, 기술력, 마케팅 등 초격차역량으로 미래 혁신성장에 집중하고, 이를 주도할 최고인재들을 위해 조직문화를 혁명적으로 혁신해 세계인의 새로운 삶을 디자인하는 미래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