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간 ‘양자 TV토론’이 합의됐지만 양 진영의 셈법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민주당은 합의된 양자토론에 더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포함한 다자 토론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권 후보 단일화와 같은 여러 변수들이 있는 국민의힘은 일단 양자토론으로만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안 후보는 자신을 포함한 ‘3자 토론’을 강하게 제안하고 나섰다. 그가 양자토론 합의에 반발하면서 추가 토론 여부도 관심사가 됐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협상단은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TV 토론을 위한 3대3 실무협상을 통해 설 연휴 전 ‘양자 TV 토론’을 갖기로 합의했다.
현행법상 주요 정당 후보들이 참여하는 대선 법정토론은 오는 2월21일과 25일, 3월2일 등 총 3차례 진행된다. 양측 협상단이 논의한 것은 법정 토론 이외 추가 토론이다.
협상이 이뤄지기 전에는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양자 토론 성사 여부가 관건이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뚜렷한 우위 없이 이 후보와 윤 후보 간 박빙 구도로 이어진 탓에 토론이 성사된다면 대선 국면의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줄을 이었다.
윤 후보는 법정 토론 외 추가 토론을 피해왔으나 지지율 하락세를 만회하기 위해 이 후보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 결과 토론이 급물살을 타게 된 모양새다.
이번 토론에서의 주제는 윤 후보 측이 주장해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한정하지 않고 ‘국정전반에 대한 현안’을 다루면서 양측의 주장을 적절히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토론 주제가 ‘대장동 의혹’으로 한정된다면 성남시장을 지낸 이 후보가 윤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러나 행정 경험이 많고 두 번째 대선 도전인 이 후보 입장에선 국정 현안 전반을 다루는 토론은 윤 후보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다.
반대로 윤 후보는 ‘토론 거부’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국정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유권자에게 보여주고 동시에 ‘준비된 대통령’으로서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렇게 양측은 양자토론에 합의에 도달했지만 안정적인 두 자릿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안 후보의 토론 참여 여부가 또다른 변수가 됐다.
이 후보 측 협상단인 권혁기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부단장은 “양자 토론이든, 4자 토론이든 모두 토론에 임한다는 게 방침”이라며 안 후보가 참여하는 토론 개최도 일부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법정토론 외 TV토론에선 ‘다자 토론’은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안 후보가 토론에 참여한다면 오롯이 윤 후보의 경쟁력만을 확인하고 부각하는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이재명 대항마’로서 윤 후보, 안 후보 등 두 명이 아닌 윤 후보를 앞세우겠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게다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안 후보를 견제하고 링 위에 올려놓지 않겠다는 사전 차단 전략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자 안 후보는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양자토론 합의에 대해 “그건 정말 공정하지 못하다고 본다”며 “어떻게 두 자릿수 지지를 받고 있는 후보를 (배제하나)”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 측근인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전날(13일) 긴급 기자회견문을 통해 “역대 최악의 도덕적 하자와 비호감 대선에 분노하고 지친 국민께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도저히 안 되겠다’며 새로운 대안으로 안철수 후보에 대한 큰 관심과 재평가를 통해 3자 구도를 만들어 주고 계신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자기들끼리만 TV토론을 한다니 도대체 무슨 의도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