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이 18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보수 정당의 ‘불모지’로 여겨지던 호남 민심이 심상치 않다. 최근 잇단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호남에서 눈에 띄는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업 한국갤럽이 지난 15~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지지도’를 조사해 18일 발표한 결과, 윤 후보의 광주·전라 지역 지지율은 18%로 지난주 6%에 비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후보의 호남 지지율 18%는 그가 후보로 선출된 이후 같은 여론조사에서 기록한 최고치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서치뷰가 지난 15~17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에서도 윤 후보는 호남에서 30%선을 돌파한 33%의 지지율을 얻었다.
이처럼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자 국민의힘의 ‘불모지’로 여겨지던 호남 지지율 상승세에 당 내부 분위기는 고무적이다.
앞서 윤 후보의 호남 지지율 목표치를 20%에서 25%로 상향했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오늘 방금 발표된 리서치뷰 여론조사에서 호남지지율이 33%를 찍었다”며 “오늘부로 호남 지지율 목표치를 25%에서 다시 30%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오늘부터 호남의 정책 문제를 더 심층적으로 다루기 위해 우리 팀 특공조를 모두 투입한다”며 “광주 복합쇼핑몰 외에도 여러가지 호남의 발전을 위한 이슈들을 발굴해서 제시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호남 지역 이슈 발굴에 나서며 터줏대감인 더불어민주당을 되레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윤 후보가 광주의 한 전통시장 유세에서 ‘광주 복합쇼핑몰 건설’ 공약을 꺼내들자 민주당 측은 “전통시장에 가서 대기업 복합쇼핑몰을 유치하겠다는 자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대선 후보인가”라고 공격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지난 17일 이준석 대표 명의로 KBS광주방송총국장과 광주MBC 대표이사 사장, kbc 광주방송 대표이사 사장에게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관련 TV토론 개최 요청의 건’ 공문을 보냈다. 민주당이 토론을 거절하자 이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광주의 주요 쟁점 사안으로 떠올랐는데 왜 민주당은 토론을 거부하는지요”라며 재차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
윤 후보 역시 전날(18일) 대구 달성군 유세에서 민주당의 비판을 두고 거센 비판을 이어갔다.
윤 후보는 “대형 쇼핑몰에 있는 좋은 물건들, 명품들에 도시인들이 관심을 갖게 되면 투쟁 의지가 약화된다고 생각한 모양”이라며 “광주에 쇼핑몰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고 광주사람들이 좋은 물건에 현혹되지 않게 오로지 자기들의 정치 거점으로서의 투쟁 의지만을 부추기는 이런 정치인들을 이번 선거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내부에는 오는 3·9 대선에서 호남 지지율을 낙관하는 분위기가 짙다. 당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호남 지지율에 당 분위기가 좋다”면서 “30% 목표치 달성 여부를 떠나 보수 대선 후보로선 역대 최대치 득표는 기정 사실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국민의힘의 역대 최대 호남 지지율은 2012년 박근혜 당시 후보가 얻은 10.5%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선 ‘방심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급등한 호남 지지율 자체가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관옥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호남 지역은 현 정부·여당에 대해 지역 공약 실천율이 낮다는 점에서 불만을 품고 있고, 여당 경선 과정에서의 앙금 역시 다 풀리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에 대한 반사 효과가 윤 후보에게 일시적으로 집결했을 수 있다”고 봤다.
김 교수는 이어 “여전히 윤 후보의 ‘전두환’ 발언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다”며 “선거일이 다가오고 진영 위기가 고조될수록 원래 지지하던 정당에 결속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