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으로 비대면 온라인 활동이 늘면서 청소년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어폰 사용이 잦아졌다. 이어폰 같은 음향기기가 필수품이 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소음성 난청’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소음성 난청이란 큰 소리에 장시간 노출돼 달팽이관 속 유모세포가 손상을 입어 청력이 손실된 상태를 말한다. 특히 우리나라 청소년 5~6명 중 한 명꼴로 소음성 난청에 해당할 거란 연구도 있다. 3년여 전 연구라, 유병률은 이보다 더 높을 수 있다.
◇초기에는 말귀 알아듣지 못하다 영구적 난청 유발, 일상 불편
오승하 서울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연구팀은 2016~2017년 전국 중·고등학교 각각 1학년 학생 2879명의 청력검사와 이비인후과 검진, 설문조사를 한 결과 17.2%가 난청이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고 지난 2019년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을 통해 밝혔다.
오 교수팀은 조사 대상 학생들에게 주파수를 이용한 청력검사를 한 다음에 어음 청력검사를 했다. 이 청력검사로 일상적인 의사소통 과정에서 흔히 사용되는 단어를 사용하면 언어 청취 능력과 이해도를 파악할 수 있다.
그 결과 17.2%가 정의된 수준 이상의 난청 증상을 보였고 어음 영역과 고주파수 영역(500~8000㎑)의 난청 유병률은 각각 10.3%, 11.6%였다. PC방 사용이 과할수록, 다른 사람이 볼륨을 낮춰달라고 요구할 정도의 음향을 들을수록 높아지는 연관성을 보였다.
오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로 생애 전주기 청력검사가 중요해진 가운데 국내에서도 청소년 난청 조사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학령기, 경도의 난청을 찾아내지 못하면 학업은 물론, 많은 국가적 비용이 요구된다.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볼륨을 크게 듣는 사람은 계속 크게 듣다가, 난청 증상을 겪는다. 초기에는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것’ 외에 불편함이 없다가 중저음도 안 들리고 상대 목소리를 듣지 못해 같은 말을 반복한다. 볼륨은 더욱 높여 듣게 되고 소통은 갈수록 힘들어진다.
소음성 난청의 증상으로는 이명도 있다. 이명은 조용한 곳에서도 귓속이나 머릿속에서 소리가 들리는 듯한 상태다. 외부 청력 자극이 없는데 신경이 거슬릴 정도로 잡음이 들려 수면이나 일상이 불편할 수 있다.
선우웅상 가천대학교 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젊은 층의 소음성 난청은 청력 노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 청각세포 손상은 통상 90㏈ 정도의 소음에 노출되면 발생한다”면서 “적당히 높은 소음에 장기간 노출될 때 또한 손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음향기기 1시간 이하로 사용하기…사용 후 10분 정도 쉬어주자”
일시적인 소음 노출에 의한 청각세포 손상은 대부분 회복할 수 있지만 주변 소음을 뚫을 정도로 큰 이어폰 볼륨 같은 소음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거나 소음이 장기간 이어지는 경우 영구적인 난청을 유발한다. 난청은 확실한 치료법도 없다.
나이가 들면서 청력이 감소한 채 난청이 생기면 인지능력 저하, 더 나아가 치매의 위험 요인이 된다. 평소에 난청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를 주는 소음은 피하려 노력하고, 피할 수 없다면 겪은 뒤 조용한 환경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오 교수는 “소음이 심한 곳에서 손으로 귀를 막는 것만으로 도움이 된다”면서 “심하지 않은 난청은 보청기로 재활 가능하고, 고도 난청은 인공와우 수술로 사회생활이 가능한 청력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정상 청력에 비해 한계가 있다. 예방하는 게 좋다”고 했다.
WHO는 음향기기를 사용할 때 소리 크기를 85㏈ 정도로 유지하고 최대 110㏈을 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현진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에 따르면 대중교통 안에서의 소음이 80㏈, 공사장 소음이나 헤비메탈 공연의 소음이 110㏈ 정도다.
이 교수는 “많은 사람이 귀 건강에 대해 무심코 지나치지만, 귀는 사회를 연결하는 소통창구”라며 “듣는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음향기기는 최대출력의 60% 볼륨으로 하루 60분 이하로 듣는 게 좋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청소년기에는 난청이 없더라도 3~4년에 한 번은 정기적으로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청력검사를 받아야 한다. 오승하 교수팀은 기존 학교의 청력검사 방법으로 고주파수 난청 등을 측정하기 어려운 점을 개선하기 위한 청력 검진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선우 교수도 “음향기기를 1시간 사용했다면 10분 정도 쉬어달라”며 “소음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부득이하게 노출될 경우 귀를 보호해야 한다. 100세 시대에 건강한 청력을 오랫동안 유지하려면 젊어서부터 평소에 청력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