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올해 여름이 1880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웠다고 지난 14일 전했다. 폭염으로 인한 더위와 탈진, 사망 사례가 유난히 많이 발생했고, 올해는 유난히 허리케인과 토네이도 피해도 심각했다. 북미 캐나다-미국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은 멀리 남쪽 조지아와 플로리다까지 매연을 유발시켜 공기를 탁하게 만들었다.
이제 기후변화(climate change)가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수 없는 현실이 됐다. 콜로라도주 덴버의 기후영향 연구소(Climate Impact Lab)의 한나 헤스(Hannah Hess) 부소장은 기후변화가 교통사고보다 위험할수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경우 1986년에서 2005년까지 화씨 95도 이상의 기온을 기록한 날짜는 1년에 3주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이정도 수준의 폭염을 기록한 날짜는 11년에 55일에 달했다.
다시말해 플로리다 올랜도에는 1년에 2달 가까운 기간에 극심한 폭염이 기록되고 있으며, 이는 호흡곤란 또는 열사병 등 온열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그 결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 없이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올랜도 지역에서 온열질환 사망자는 앞으로 10만명당 19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내 교통사고 사망자가 10만명당 14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이 교통사고보다 위험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는 미국에서 아직도 뜨거운 정치적 문제다. 대체로 민주당은 기후변화를 인정하고 화석연료 절감과 녹색에너지에 집중하는 반면, 공화당은 기후변화 자체를 부정하고 화석연료 개발 확대를 지지한다. UCLA 환경지속연구소(Institute of the Environment and Sustainability)의 존 크리스텐슨(Jon Christensen) 교수는 기후변화 문제가 정치적 극단화와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UCLA 러스킨 센터(Luskin Center)의 메간 멀린 교수 역시 “기후변화는 미국을 민주당과 공화당, 두쪽으로 갈라놓는 가장 큰 문제”라며 “그 결과 최근 10년간, 민주당 정권이 집권후 실시한 기후변화 정책은 공화당이 집권할 경우 뒤집어지는게 일반화됐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의욕적으로 실시중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은 민주당 기후변화 정책의 결정판이라고 할수 있다. 멀린 교수는 “IRA는 폭염, 해수면 상승, 가뭄, 홍수 등의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역사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IRA로 인한 경제적 수혜는 주로 공화당 강세 주에 집중되고 있다. 멀린 교수는 청정에너지 투자의 38%가 텍사스, 오클라호마, 텍사스, 아이오와 등에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2020년 예일대와 조지메이슨대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민 66%가 기후변화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나, 5명중 1명만이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미국민 대다수가 기후변화 자체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이렇다할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