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 투자금 확보를 위해 해당 사업부문의 분할과 상장에 속도를 낸다.
배터리 수주 잔고만 ‘1테라와트+α'(130조원 이상)에 달하는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연산 40GWh인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3년 배 이상인 85GWh로 늘릴 예정에 있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금 확보가 관건으로, SK이노베이션은 물적분할 이후 상장을 통해 상당액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 및 E&P(Exploration & Production, 석유개발) 사업을 각각 물적분할하기로 의결했다고 4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오는 9월16일 임시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친 후 10월1일부로 신설법인인 ‘SK배터리 주식회사'(가칭)와 ‘SK이엔피 주식회사'(가칭)를 각각 출범시킨다.
이번 분할 공시는 지난 7월1일 SK이노베이션이 스토리데이를 열고 배터리 사업 분할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언급한 지 한달 여만에 이뤄졌다. 당시 스토리데이 행사서는 배터리 사업의 분할 계획만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분할 방식이나 시점 등은 제시하지 않았다.
분할방식은 업계의 예상대로 물적분할(모회사가 분할신설회사의 지분 100%를 소유하는 방식)로 정했다. 지난해 12월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하고 올해 하반기 상장 예정인 LG와 배터리 사업 투자금 확보에 있어 같은 절차를 밟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스토리데이 행사에’1테라와트+α’ 규모의 수주 잔고를 기반으로 글로벌 톱으로의 성장을 목표로 한다며 배터리 사업에 강한 의욕을 보인 바 있다.
이날 물적분할 결정과 관련, “배터리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헝가리 등에 생산 거점을 둔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연간 40GWh 수준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2023년 85GWh, 2025년에는 200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으로 빠른 속도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미국 포드와 합작법인도 설립하기로 하는 등 SK 배터리 사업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향후 SK배터리주식회사는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확보하고, SK이노베이션도 보유한 SK배터리 주식을 공개적으로 매각하는 구주매출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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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 공장(SK이노베이션 제공). © 뉴스1 |
SK배터리가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서는 매출 성장과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관건이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배터리 사업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영업손실도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날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배터리 사업에서 매출 5236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는 6302억원을 달성하는 등 상반기 매출 기준으로 처음으로 배터리 사업에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영업손실은 전분기 대비 약 788억원 개선된 979억원 규모로 줄었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분할 결정과 관련한 보도자료에서 “배터리 사업에서 2022년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겠다”며 “2023년부터는 배터리 사업에서의 영업이익률을 빠르게 개선, 2025년 이후에는 한 자릿수 후반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스토리데이에 이어 내년에 흑자전환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거듭 밝힌 것이다. 흑자전환 시기가 기업의 미래 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상장 정기라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SK배터리의 내년 상장을 추진한다는 의지를 SK가 거듭 내비친 것으로 해석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부터 배터리 사업 분사와 관련한 팀을 구성하고 준비해왔다”며 “배터리 소재 기업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성공적으로 상장한 경험도 있어 배터리 사업에서의 분할 후 상장에도 자신감이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