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민미술관에서는 여름 특별전으로 오민 작가의 개인전 ‘노래해야 한다면 나는 당신의 혁명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를 감상할 수 있다.
‘올해의 작가상(2021)’을 수상한 오민 작가는 이번 10번째 개인전을 통해 ‘시간 기반 설치'(Time based installation)라는 작품을 선보인다. 오랜 시간 연구해온 소리, 비디오, 퍼포먼스 등의 효과가 집약되고 재구성된 작가의 세계관이다.

관객들은 작품 ‘폴디드'(Folded)에서 3개의 채널을 마주하게 된다. 56초 단위로 짜인 16개 장면은 세 화면을 통해 시간차와 시각차를 연출하며 흘러가는 시간의 방향을 뒤집고 각 채널 사이에 일어나는 작동을 비교하게 만든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같은 동작과 같은 장면 속에도 어떤 오브제를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미묘한 시간의 차이가 느껴진다. 마치 시간이 분할되고 각각의 시간마다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듯한 다차원적인 동시성이 구현되는 듯하다.
이는 등장인물의 목소리, 주변의 소음, 스태프의 움직임, 카메라의 이동, 편집 방식 등 작품 내부의 요소와 스크린 외부의 형식을 함께 다루는 과정이자 그 결과인 덩어리의 감각이다. 작가는 이를 ‘포스트 텍스처'(Post-Texture)로 부른다.

그는 강연 형식의 영상 퍼포먼스에서 ‘포스트 텍스처’란 자신의 기존 작업과 여러 참조 대상을 아울러 보다 확장된 텍스처를 감각하는 방법을 관객에게 구술하는 일종의 악보라고 말한다. ‘텍스처’라고 하는 음악의 규범을 흩트리고 기존처럼 제한된 감각과 시간의 흐름으로 노래하는 방식을 거부하겠다는 선언이자 시도다.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면 이번 전시의 제목인 ‘노래해야 한다면 나는 당신의 혁명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가 ‘포스트 텍스처’를 설명하는 말임을 알게 된다. 또한 작가가 왜 무정부주의자인 에마 골드만(1869~1940)의 말 ‘춤을 출 수 없다면 나는 당신의 혁명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를 변형했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23일 시작된 이번 전시회는 오는 10월2일까지 이어진다. 작가가 던지는 ‘시간’과 ‘규범’이라는 문제의식을 통해 오늘날 미술의 흐름을 읽어볼 기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