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가 달라졌다. 블랙리스트 사태를 겪은 이후다. 특정 예술인의 정치 성향을 이유로 국공립 지원에서 배제한 블랙리스트 사태가 다시 없어야 한다는 것은 예술위의 존립과 직결된 문제였다. 현장소통소위원회(이하 현소위)는 재발방지책 가운데 하나이며 현재 예술위 위원 5명과 민간위원 9명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현소위 홍태림 위원장, 선아린, 이건명 위원은 지난 9월2일 및 이달 12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취재진에 현소위의 활동을 소개했다. 이들은 “현소위는 예술현장과 예술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예술현장과 소통해 예술현장의 의제를 수렴하거나 발굴하여 공론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소위 위원 14명은 격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회의결과도 현소위 누리집과 페이스북을 통해 온라인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올해 처음 실행한 ‘지역간담회’다.
이건명 위원은 “지역간담회를 통해 현장의 이야기를 정기적으로 귀담아 듣는 일이야말로 현소위의 임무”라며 “매년 각 지역의 상황을 파악해 변화를 진단함으로써 정책과 제도가 예술현장과 괴리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아린 위원은 지역간담회를 통해 국가가 예술을 지원하는 이유에 대해 답을 얻었다고 말했다. 선 위원은 “예술인들의 자존심을 지켜달라는 요구를 들었다”며 “이는 흔히 국가지원금을 쓰니까 예술인들도 지원서, 정산 등 행정에 익숙해져야 하고 배워야 한다는 의견에 대한 반발”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예술인들은 국가 지원방식에 대해 문제만 제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선 위원은 “이 지역에서의 예술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라는 말도 자주 들었다”며 “지역 예술인들은 자신이 속한 단체가 지역을 떠난다면 지역민들이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어진다는 점에서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고 말했다.
예술위가 기초예술을 벗어나는 장르에 대해 지원이 미비한 점도 지역예술인은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선 의원은 “간담회에 참석한 다큐멘터리 감독님이 ‘예술위에서 자신이 지원할 수 있는 사업이 없고 (지금까지) 지원을 받아본 적도 없다’라고 한 말이 마음에 남았다”고도 말했다.
현소위 위원들은 지역간담회를 통한 소통에서 얻은 의제를 공론화해 제도로 정착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현소위는 지역간담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자료집 형태로 정리해 예술위 누리집에 공유했으며 2022년 정기공모를 앞둔 각 사업부서와 공유해 후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을 검토했다.
홍태림 위원은 “예술위의 2022년 예산이 전년 대비 255억원이 증액돼 3485억원으로 잡혔다”며 “특히 오랫동안 증액되지 못했던 문학 및 시각예술 창작지원 사업이 전년대비 31억원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대한민국공연예술제 사업이 전년대비 14% 증액돼 79억원으로 잡혔다”며 “아르코 청년예술가지원사업도 원래 10억원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 200% 증액돼 30억원으로 잡혔다”고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현소위 위원들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지역간담회의 상설화와 예술위의 안정적 재원확보를 꼽았다.
이건명 위원은 “예술위가 ‘문화분권’을 표방하지만 아직 준비되지 않은 지역이 많기 때문에 각 권역의 예술현장을 민감하게 살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지역간담회를 해마다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태림 위원은 “예술위는 코로나19 이후로 500억원 규모의 관광기금 전입금과 87억원 규모의 경륜·경정 수익금 배분이 끊긴 상황”이라며 “예술위의 재원 안정화와 확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