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이번 미국 출장의 키워드는 ‘뉴삼성’과 ‘미래’였다는 평가다. 그는 미국 동서부를 횡단하는 이번 출장에서 바이오와 5G, 인공지능(AI) 등 삼성의 ‘미래 성장사업’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지난 14일 북미 지역 출장길에 오른 이 부회장은 16일(이하 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에서 누바 아페얀 모더나 이사회 의장을, 17일에는 뉴저지주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와 만나 바이오와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바이오와 차세대 이동통신은 이 부회장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집중 육성하기로 한 삼성의 ‘미래 성장사업’이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글로벌 바이오 업체들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4차 산업혁명에서의 핵심 인프라인 차세대 통신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또한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을 통해 미국 신규 파운드리 투자를 최종 마무리 지으며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새로운 생산기지 구축도 본격화했다. 새 반도체 공장 건설에는 170억달러(약 2조2000억원)가 투입될 예정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18~19일 워싱턴에서 백악관 핵심 참모와 연방의회 의원들을 잇따라 면담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삼성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반도체 산업에 대한 행정부 및 입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메모리 절대 우위와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1위 도약을 위한 기반 마련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방위로 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후 이 부회장은 ‘글로벌 IT 혁신의 산실’로 불리는 실리콘밸리가 있는 서부로 이동해 ‘뉴 삼성’에 대한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지난 20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 경영진과 연쇄적으로 회동한 이 부회장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를 만나 반도체, 모바일은 물론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메타버스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협력과 S/W ‘생태계 확장’에 대해 논의했다. 또 아마존을 방문해서는 △AI △클라우드 컴퓨팅 등 차세대 유망산업 전반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21~22일에는 반도체와 세트 연구소인 DS미주총괄(DSA)과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를 잇따라 방문해 인공지능(AI)과 6G 등 차세대 핵심 기술 개발 현황을 점검하고 연구원들을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의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며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22일에는 구글 본사를 방문해 순다르 피차이 CEO 등 경영진을 만나 시스템반도체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자율주행, 플랫폼 혁명 등 차세대 소프트웨어·정보통신기술(ICT) 혁신 분야의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구글이 자체 설계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올해 연말 생산 예정인 스마트폰 ‘픽셀 시리즈 6’에 탑재하고 삼성전자에 칩 생산을 맡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 가운데, 이 부회장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사의 협업 관계가 한층 공고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을 통해 신성장 사업의 기반을 다지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버라이즌 등 다양한 사업파트너들과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재가동하면서 삼성의 변화와 새로운 도약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한다.
약 열흘 동안 미국 동부와 서부를 횡단하는 등 강행군을 이어간 이 부회장은 조만간 귀국해 25일 재판에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