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하트매스 연구소(HeartMath Institute)는 20년간의 연구를 통해 효과적인 스트레스 중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그것은 15초의 마법이라고도 불리는 15초 호흡법입니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 15초 간의 심호흡을 통해 스트레스를 중화시킬 수 있다는 것인데, 그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었습니다. 짧은 시간동안 심호흡을 하는 것은 대표적인 감정 조절 방법 이기도 합니다. 부정적 감정을 강하게 느낄 때, 몇 초간의 심호흡을 통해 감정이 증폭되는 것을 차단하고, 대신 감정이 유발된 원인과 해결 방법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감정 조절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화가 날 때, 시원한 물을 한 컵 마시는 것도 간단하지만 하나의 감정 조절 방법입니다. 밖에 나가서 축구를 한다거나 농구를 하는 등 공을 차거나 던지며 불편한 마음을 해소할 수도 있고, 동네를 한 바퀴 뛰면서 땀을 흘리며 답답했던 감정을 분출할 수도 있습니다.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자기 진정을 할 수도 있고, 악기를 연주하며 끓어오르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또는 일기장에 자신이 현재 느끼는 부정의 감정을 적으며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기회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어린 아동의 경우에는 애착 인형이나 이불을 끌어안으며 안정감을 느낄 수도 있고, 정서적으로 가장 가까운 대상인 엄마나 아빠에게 위로를 받으며 부정적 감정을 날려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감정 조절방법이 있는데, 공통점은 경직된 몸을 이완시키고 긴장감을 낮춰주며, 안정감이나 신뢰감,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위에 언급한 방법들 중 가장 효과적인 감정 조절 방법은 무엇일까요? 누구에게나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없습니다. 아동마다 기질이나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활동성이 높은 아동이라면 밖에 나가서 조깅을 하거나 농구를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반대로 활동성이 낮은 아동은 운동보다는 음악을 듣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더 도움이 됩니다. 양육자는 아동이 감정 조절을 훈련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감정 조절 방법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아동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신의 성향과 잘 맞는 감정 조절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안내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매체에서 감정 조절의 중요성과 그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고, 이에 아동 뿐 아니라 성인들도 스스로에게 맞는 감정 조절 방법을 찾아 적용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성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법은 심호흡법입니다.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짧은 시간안에 할 수 있다는 장점때문입니다. 그런데 심호흡법을 시도해 본 성인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심호흡법이 겉보기에 매우 쉽고 간단해보였는데, 막상 분노를 느낄 때 시도하려 했더니 실행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부정적 감정 상황에서는 감정 조절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의문을 제기합니다. 성인도 실패하기 쉬운 감정 조절을 과연 아동이 할 수 있는 것일까? 심호흡법이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일까?
감정 조절이 어려운 이유는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감정 조절을 위한 선행 조건이 만족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동이 스스로 감정 조절을 할 수 있는 성인으로 자라길 바란다면, 양육자는 아동의 내면에 우선적으로 ‘감정 주도권’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감정 주도권이란 ‘감정의 책임은 나에게 있고, 부정적 감정을 만들어 내는 것도 나,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것도 나’라는 인식입니다. 아동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아무리 효과적인 방법을 적용한다 해도 감정을 조절하고 평온함을 되찾기는 어렵습니다.
아동이 감정 주도권을 내면화하기 위해서는 양육자의 믿음과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아동은 연령이 어릴수록 감정 조절을 시도할 때 미숙하고 실패하기 쉽습니다. 이 때, 양육자는 결과에 상관없이 아동이 감정 조절을 시도한 것만으로 격려와 칭찬을 해주어야 합니다. – (감정 조절에 실패한 경우) “저번에 엄마랑 연습한 심호흡법을 이렇게 화가 심하게 났는데도, 떠올리고 시도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야. 엄마는 우리 00이가 잘 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었어. 그런데 마음이 생각만큼 편해지지 않아서 힘들었지? 감정 조절은 원래 어려운 일이란다. 엄마는 어른인데도 실패할 때가 있어. 특히 이렇게 강도가 강한 감정이라면 더욱 그렇지,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이 쌓여서 결국 우리 00이는 스스로 감정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될거야. 정말 잘했어.”
(감정 조절에 성공한 경우) “우리 00이 얼굴이 편안해보이는구나, 화가 날 때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거라고 하더니 도움이 되었나보구나. 화가 날 때, 마음을 가라앉히려는 노력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아. 그런데 00이가 스스로 평소에 연습하던 음악듣기를 하려고 음악을 틀었을 때 엄마는 00이가 정말 대견했어. 아마 앞으로도 오늘만큼 화가 났을 때 00이에겐 음악듣기가 꽤 도움이 될 거 같아. 이제 00이가 오늘 왜 화가 났었는지 엄마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니?”
아동이 감정 조절에 실패하더라도 결과에 상관없이 보낸 격려와 공감은 아동이 차후에 다시 감정 조절을 시도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아동은 지금의 실패를 바탕으로 다음에는 어느 정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비슷한 강도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을지 밑그림을 그릴 수도 있습니다. 감정 조절에 성공한 경우에도 정서적으로 부모가 예민하게 반응하면, 아동은 감정을 조절하는데 자기 효능감을 가지게 되고, 그보다 더 어려운 감정을 마주할 때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게 됩니다.
또한 양육자는 조절 과정이 길어지고 미숙하더라도 성공이든, 실패든 아동이 스스로 결과에 도달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많은 부모들이 아동이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상황 자체를 불편해합니다. 그래서 아동이 빠른 시간안에 감정 조절에 성공하길 바라고 이러한 조급함은 과도한 개입을 유발합니다. 조급한 부모는 아동의 감정에 공감하는 과정을 간과하고, 아동이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서둘러 수정해야 하는 문제 행동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이에 아동 역시 조절하지 못하고 남아 있는 감정을 고치지 못한 문제 행동으로 여기게 되어, 문제 행동을 감추듯 불편한 감정들을 감추고 억누르게 됩니다. 부정적 감정 상황에서 양육자의 개입은 아동의 감정에 공감해주고 평소에 연습하던 감정 조절 방법을 상기시키는 정도에 그쳐야 합니다. – “우리00이 지금 화가 많이 났구나, 그런 상황이면 엄마도 화가 몹시 났을거야. 마음이 너무 힘들겠다. 혹시 엄마랑 연습한 심호흡이 기억나니? 그 방법이 도움이 될 수도 있어. 엄마는 네가 마음이 좀 편안해질 때까지 기다릴게, 혹시 너무 힘들어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해, 엄만 옆에 있을거야.”
또 조급한 부모들이 가장 크게 하는 실수는 아동이 감정 조절에 실패할 경우 아동보다 더 큰 좌절감을 느끼고 이러한 감정을 아동에게 전달한다는 것입니다. 아동에게 전달된 부모의 좌절감은 아동 스스로 본인을 불신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자기 불신은 낮은 자존감으로 이어지고, 아동은 실패의 두려움에 감정 조절의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됩니다. 결과의 성공 여부를 떠나 아동이 그 과정을 온전히 경험하도록 기다리는 것이야말로 아동에게 ‘너는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란다’라는 양육자의 믿음을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다음회에서는 가정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감정 조절 놀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문의: szp0149@auburn.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