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부의되며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정부와 여당이 양곡관리법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어 개정법안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진다.
6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해 12월28일 상임위원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회부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회부 시점으로부터 30일 이내에 협의를 진행한다.
만약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 시점 이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서 상정 여부를 무기명 투표로 정하게 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개정법안 통과 가능성은 높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지만 국회 300석 중 115석에 불과해 현실적으로 제지할 수단이 없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수확기에 초과생산량이 예상생산량의 3% 이상이거나 쌀값이 평년 대비 5% 이상 하락한 경우 초과생산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발의 때부터 쌀 공급과잉 심화, 가격 하락 등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30년에는 60만톤 이상 초과 공급되고, 쌀값도 현재보다 8% 이상 낮은 17만원(80kg) 초반에서 정체될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또 2030년 쌀 격리에만 1조3870억원이 투입되며, 미래 농업을 위한 청년농 육성, 스마트팜 투자 등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언급했다.
식량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정부는 판단했다. 시장격리 의무화가 시행되면 쌀 생산량이 늘며, 밀·콩 재배율이 정체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밀 1.1%, 콩 25.0% 수준이던 자급률을 2027년까지 각각 7.9%, 40.0%까지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시장격리 의무화가 시행되면 2027년 밀은 4.0%, 콩은 26.4%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같은 농경원의 연구결과가 나오며 농민단체에서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등 6개 단체는 지난해 12월26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 재고를 촉구했다.
이학구 한종협 회장은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면 타작물 전환 유도가 쉽지 않을뿐더러 판로에 대한 부담이 사라져 쌀 생산량이 늘어날 수 있다”며 “이는 정책 실패를 넘어 쌀 가격 하락에 따른 농가경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법률 개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농민 목소리 등 여론을 앞세워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추진하던 민주당이 부담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가 강경한 의지를 드러낸 것을 두고 정가에서는 윤석열 정부 첫 거부권 행사를 점치고 있다.
국민의힘 역시 성남 FC 후원금 사건 수사로 수세에 몰린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방탄을 위해 양곡관리법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계획을 밝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근 “양곡관리법이 가져올 부작용을 민주당에 설명하고 국민들에게도 이해를 구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통과시킨다면 대통령께서 거부권을 행사해줄 것을 적극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농식품부 업무보고에서 “생산되는 쌀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소화되는지에 관계없이 무조건 정부가 매입해주는 식의 양곡관리법은 농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도한 정부 개입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거부권 행사을 시사했다.
농식품부는 쌀 생산량이 과도하다고 보고, 쌀 대신 가루쌀·논콩 등 전략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엔 직불금을 주는 전략작물직불제 등을 통해 식량자급률을 확보할 계획이다.
논에 밥쌀 대신 가루쌀·밀·콩을 재배할 경우 1ha당 50만~430만원을 지원한다. 올해 예산으로 1121억원을 편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