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배마주 대학에서 다양성·형평성·포용(DEI) 교육을 제한하는 주법(SB129)의 위헌 여부를 두고 연방 법원이 판결을 앞두고 있다. 연방 수석 판사 R. 데이비드 프로터는 6월 26일 버밍햄 연방법정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개강 전까지 명확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법은 앨라배마를 포함한 여러 공화당 주정부가 최근 잇따라 추진하고 있는 DEI 교육 제한 법안 중 하나다. 공립 초·중·고 및 대학교에서 인종, 성 정체성, 종교 등에 관한 ‘분열적 개념(divisive concepts)’을 지지하거나 강요하는 교육에 주 예산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교수가 학생들에게 정체성과 관련한 죄책감을 유도하는 것도 금지된다.
하지만 법의 적용이 시작되자, 앨라배마대학 교수진과 학생들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흑인 학생들을 차별적으로 겨냥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정치학 교수 데이나 패튼(Dana Patton) 등 6명은 1월 대학 이사회와 케이 아이비 주지사를 상대로 연방 법원에 위헌 소송을 냈다.
패튼 교수는 자신이 운영하던 명예프로그램(Honors Program)이 사회정의와 지역사회 봉사를 강조하는 커리큘럼이었는데, 법 시행 이후 학생 5명이 익명으로 “사회주의를 조장한다” “애국심이 아닌 세계시민을 키우려 한다”는 등의 민원을 제기했다고 증언했다.
심지어 그녀는 미식축구 경기장에서 주 하원의원 대니 개럿(Danny Garrett)으로부터 “타협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으며, “의회 예산위원장으로서 압력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 이후로 그녀는 일부 수업 자료를 삭제하고, 슬라이드 자료 공유도 중단했다.
다른 교수들도 “수업 과제가 법에 저촉될까봐 아예 수업을 폐강했다”거나 “학생들에게 인종차별 관련 주제로 글을 쓰게 하는 과제를 철회했다”고 진술했다.
대학 측 변호인 제이 에젤(Jay Ezelle)은 “교수가 의견을 평가한 것이 사실이라면 학교는 당연히 조사할 의무가 있다”며, “교수 해임이나 징계가 없었고, 학생 그룹에 대한 캠퍼스 접근이나 활동도 여전히 가능하므로 실질적 피해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사회정의 옹호위원회에서 일하던 시드니 테스트맨(Sydney Testman) 학생은 “해당 기관이 폐지되며 관련 장학금도 잃었다”며, “아무도 이 법이 흑인 학생에게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지금 분위기는 ‘각자도생’ 그 자체”라고 토로했다.
프로터 판사는 “수업 내 발언이 수정헌법 1조의 보호를 받는지, 주정부가 공립 교육의 커리큘럼을 규제할 권리가 어디까지인지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또한 “원고들이 실제로 법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는지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앨라배마주의 반 DEI 법은 올 10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며, 이번 판결은 앨라배마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사 법률에 영향을 줄 중대한 판례가 될 수 있다.
한편, 앨라배마 대학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는 이번 소송에 지지를 표명하고 있으며, 지역 시민단체들도 캠퍼스 내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