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인력난·공급망 불안…정부 지원 사각지대 지적
미국 남동부에 진출한 한국 제조업체들이 관세 부담, 인력난, 공급망 불안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며 정부의 정책 지원을 요청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지난 5일 앨라배마주 어번대호텔에서 ‘미 남동부 진출기업 법인장 간담회’를 열고 현지 진출 기업들의 경영 애로를 청취했다. 이날 만도, 세원, 세진, 용산 등 13개 기업 법인장들은 “기술 내재화와 전문 인력 확보, 공급망 안정성 유지가 모두 위기에 처했다”며 “정부의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미국의 상호관세율 인상이 경영 부담을 크게 키웠다고 지적했다. 시트 제조업체 다스의 김기정 법인장은 “관세 부담이 커져 ‘미국만 아니면 좋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비자 발급 제한으로 인력 충원도 어려워졌다”고 했다.
삼기오토모티브의 진의환 법인장 역시 “고관세 정책으로 주물 관련 장비조차 들여오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남동부에는 150여 개의 한국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2005년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함께 들어온 1세대, 2009년 기아 조지아 공장 시기에 진출한 2세대, 최근 전기차·배터리 공장 건설과 함께한 3세대로 나뉜다. 업종도 자동차에서 반도체, 2차전지, 조선으로 확대됐다.
전장품 업체 세원의 전인석 법인장은 “AI 비전검사를 자체 개발하고 싶지만 중소업체에선 불가능하다”고 했고, 플라스틱 부품 생산업체 세진의 이용훈 공장장은 “장비를 개발해도 운영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해외 법인이라는 이유로 한국 정부 R&D 지원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생기원은 지난해 8월 오번대에 ‘한미제조기술혁신센터(KAMTIC)’를 설립해 현지 기업의 기술 실용화를 지원하고 있다. 첫 프로젝트로 아진산업과 AI 기반 자동차 부품 생산설비 고장 예측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춘우 아진USA 법인장은 “고장 로봇만 잡아내도 불량률을 70~80% 줄일 수 있다”며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목 생기원 원장은 “현지 기업들이 직면한 도전과 기회를 공유하고 대응 전략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