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대표 인선을 두고 또다시 ‘알박기 인사’ 갈등을 첨예하게 벌이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물밑에서는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에 대한 협의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2일 파악됐다.
청와대는 이르면 다음 주 윤 당선인의 공약인 집무실 이전 관련 예비비 안건을 국무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전망이다. 정권 이양기에 신·구 권력 관계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일각에선 새어나온다.
최근 양측은 문재인 대통령 동생의 대학 동창인 박두선씨가 대우조선해양 신임 대표에 선임된 것을 두고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이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처사”라고 하자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모욕당하는 느낌이었다.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원 수석부대변인은 “감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신·구 권력 갈등이 재점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윤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일축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전날(1일) “(갈등 수위가) 상호 영향을 줄 정도까지는 아직 안 갔다”며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편안하게 신뢰감을 갖고 수시로 소통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청와대가 이르면 다음 주 중 집무실 이전 비용 일부를 예비비로 편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 발언에 신빙성이 더해졌다.
6·1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둔 상황에서 청와대와 윤 당선인측 갈등은 출혈 경쟁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역대 가장 늦은 첫 회동에 대한 책임 소재를 묻는 질문에 답변은 대부분 팽팽하게 갈렸다. 이번 지선에서 여야가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청와대와 인수위가 서로를 탓하면서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해봤자 각자에게 도움될 것이 없을거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대우조선해양 대표 선임 관련 갈등은) ‘공정’이라는 키워드에 전면으로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지적했을 뿐이지, 청와대와 굳이 날을 세울 이유가 없다”면서 “인사 갈등은 인사 갈등이고 이것(집무실 이전)은 이것대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수위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집무실 이전 비용 전체가 아닌 일부를 우선 상정해 의결하겠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야 한다는 보수적인 의견도 나온다.
당초 신·구 권력 갈등이 촉발된 것은 5월10일까지 새 집무실로 이전하겠다고 윤 당선인 대국민발표한 지 하루 만에 청와대가 ‘거부’하고 나서면서였다. 인수위 다른 관계자는 뉴스1에 “그 때와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며 “실체도 없는 ‘국가 안보 공백’을 내세우면서 결국 집무실 이전 비용 일부만 해주겠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경우 추가경정예산(추경)에 이어 집무실 이전도 현 정부에 가로막혔다는 내부 회의론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인수위는 이번 정부 임기 내 2차 추경안을 편성해 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재정당국 수장인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끝내 ‘불가’ 방침을 고수하자 인수위는 지난달 31일 새 정부 출범 뒤 윤석열 정부 이름으로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