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무기가 살아나면서 에이스의 위용을 되찾았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류현진은 8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오리올파크 앳 캠든야즈에서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5피안타 7탈삼진 1실점을 기록, 시즌 8승(5패)째를 수확했다.
지난 2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4이닝 5실점(4자책)으로 부진했던 류현진은 볼티모어를 상대로 호투를 펼치며 반등에 성공했다.
이로써 류현진은 토론토 이적 후 볼티모어를 상대한 5경기에서 4승을 따내 천적으로 자리매김했다.
앞선 경기서 부진했던 류현진이 반전투를 펼친 비결은 주무기 체인지업의 부활이었다.
좌투수 류현진을 상대하는 팀은 대부분 선발 라인업에 우타자를 많이 배치한다. 류현진이 우타자를 효율적으로 상대하기 위해선 바깥쪽으로 정교하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빛을 발해야 한다.
하지만 6월 들어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위력이 떨어졌다. 제구가 원하는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깥쪽으로 많이 벗어나거나 한가운데로 말려들어가면서 홈런을 허용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렇지만 이날 경기는 달랐다. 체인지업이 원하는 곳에 꽂혀 볼티모어 타자들을 현혹했다. 크게 벗어나는 공 없이 대부분이 우타자 바깥쪽에 예리하게 형성됐다.
이날 류현진은 총 투구수 86개 중 체인지업을 18개 던졌는데, 9번의 스윙 중 4번의 헛스윙을 유도해냈다. 파울 타구도 2개 나왔다. 볼티모어 타자들이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평소보다 체인지업을 적게 구사했지만 효과는 좋았다.
구속도 평소보다 올랐다. 직구 구속이 평균 90.5마일(약 145㎞)을 기록하며 시즌 평균보다 1.1마일이 높게 나왔다. 체인지업도 평균 81.2마일(약 130㎞)이 나왔는데 시즌 평균보다 2.2마일이 높은 수치다. 구속이 올라가니 각 구종의 위력도 배가됐다.
최근 주무기의 경쟁력이 떨어지자 현지에서는 류현진의 기량에 의구심을 품는 시선이 늘어났다. 류현진에겐 분명 자존심이 상할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 주무기 체인지업의 위력을 되찾고 실력으로 물음표들을 지워버렸다. 그 어느때보다 의미가 큰 호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