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 신(新)가전의 입지가 점점 커지고 있다. 틈새시장을 잡겠다는 목표로 나온 스타일러·건조기 등의 신가전이 이제는 주요 수익성 제품으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LG전자는 기존 신가전의 매출을 꾸준히 키워나가는 동시에 새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신가전 실험’을 이어나가고 있다.
신가전은 전통적인 백색가전인 냉장고·세탁기·에어컨 외의 가전을 통칭한다. 스타일러·건조기·공기청정기·식기세척기·무선청소기 등이 대표적이다.
17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신가전 매출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며 H&A사업본부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2018년 14% 수준이었던 신가전 매출 비중은 지난해 17~18%로 높아졌고 올해는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추세는 분기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1분기 LG전자 가전사업 전체 매출에서 냉장고·세탁기·에어컨을 뺀 매출 수치는 1조8598억원으로 2조원대에 육박한다. 작년 1분기(1조4948억원)와 비교하면 약 24.4% 증가한 수치고 2년 전(1조2254억원)과 비교하면 52% 가까이 늘었다.
의류관리기 스타일러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경우로 LG 신가전의 대명사로 꼽힌다. 2011년 출시 당시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2015년을 전후로 미세먼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소비자의 눈에 들기 시작했고 판매량도 고공행진했다. 국내·외 기업도 비슷한 기능을 지닌 제품 개발에 나서며 기존에 없던 ‘의류관리기’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LG전자가 2016년 말 출시한 건조기 역시 비슷한 길을 걸었다. 당시 세탁·건조기 세트 개념이 해외에서 먼저 보편화되긴 했지만 국내에선 먼저 출시하는 업체가 없어 시장 자체가 불모지 상태였다. 특히 LG전자는 이러한 신가전에 살균과 탈취에 효과적인 스팀(Steam) 기능을 대거 적용하며 위생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이는 코로나19 시기 LG전자 가전 사업이 약진할 수 있었던 밑바탕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신가전들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이후엔 기존에 없던 이색가전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캡슐형 수제맥주제조기 ‘홈브루’, 식물생활가전 ‘틔운’, 탈모치료 의료기기 ‘프라엘 메디헤어’ 등이 잇따라 나왔다. 신발관리기 ‘슈드레서’, 반려동물 털을 말려주거나 털어주는 ‘펫드라이룸’ 등의 제품도 관련 특허와 상표를 출원하는 등 시장 진출을 엿보고 있다.
이런 가전들은 사내독립기업(CIC)에서 만들어지는 등 개발 과정부터 ‘보톰업(bottom-up·상향식)’ 혁신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업계 관심도가 높다. 회사 관계자는 “각 사업본부를 비롯해 선행 기술을 개발하는 CTO 부문 등 다양한 곳에서 혁신가전과 관련한 아이디어가 나오면 사업성 확인 과정을 거쳐 별도 CIC가 조직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가 신가전 개발과 판매 확대에 열중하는 건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기존 가전시장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사태로 ‘집콕 생활’이 확대되면서 가전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으나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여파로 소비자들의 가전제품 수요가 줄고 있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선 가전업계 내에서도 적극적인 신시장 개척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발전된 기술력을 내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김광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특수 효과 둔화와 공급망 이슈 해소 지연 및 원자재 비용 상승 등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신가전을 비롯한 프리미엄 제품 경쟁력 우위 기반의 판매 확대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