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새로운 미국 영양 지침이 음주와 식습관을 둘러싼 기존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으며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미국 정부는 수십 년간 유지돼 온 ‘하루 1~2잔’ 음주 제한 권고를 폐지하고, 붉은 육류와 전지방 유제품 섭취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지침을 수정했다.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미 보건 당국은 7일(현지시간) 2025~2030년 미국 영양지침을 발표했다. 새 지침은 남성 하루 2잔, 여성 하루 1잔으로 제한하던 기존 음주 권고를 삭제하고, “건강을 위해 가능하면 덜 마시라”는 포괄적 권고로 대체했다.
5년마다 발표되는 영양지침은 학교 급식, 공공의료, 연방 건강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으로, 이번 개편은 미국 사회 전반에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메멧 오즈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센터(CMS) 청장은 “남녀별 하루 적정 음주량을 뒷받침할 신뢰할 만한 과학적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았다”며 “가능하다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식단 구성 역시 대폭 수정됐다. 새 지침은 단백질 권장 섭취량을 체중 1kg당 1.2~1.6g으로 상향 조정하고, 붉은 고기·전지방 유제품·버터 등을 ‘건강한 지방’ 범주에 포함했다. 반면 오트밀 등 섬유질 위주의 통곡물은 식단 피라미드 하단으로 내려갔다.
또한 미국인이 섭취하는 전체 열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초가공 식품과 정제 탄수화물 식품에 대해서는 강한 경고가 담겼다. 포장 베이커리 제품, 짭짤한 스낵류는 건강을 해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번 지침 개편은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를 기치로 내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도했다. 케네디 장관은 그동안 가공식품과 설탕 중심 식단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공익과학센터(CSPI)는 동물성 단백질과 전지방 유제품을 강조한 점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훼손하는 조언”이라고 비판했다. 음주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점 역시 과음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뉴욕대 영양학 명예교수 매리언 네슬은 “전반적으로 혼란스럽고 이념적이며 구식”이라면서도 “고도로 가공된 식품을 줄이라는 권고만큼은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의 이번 영양지침이 실제 국민 식습관 변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다른 논쟁의 불씨가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