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 대표되는 미래 모빌리티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자동차산업의 중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선두주자인 테슬라가 소프트웨어 기반 차량(SDV)으로 큰 성공을 거두자 GM과 폭스바겐, 도요타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시장에 합류했고, 현대차그룹도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 Software Defined Vehicle)’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결국 미래 모빌리티의 지배자는 소프트웨어 회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완성차업체들이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기술 혁신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부터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량을 SDV로 전환할 예정이다.
2025년부터 현대차그룹의 모든 차종에 차세대 차량 플랫폼과 통합 제어기,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바탕으로 무선(OTA·Over-the-Air)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기본 적용된다.
나아가 미래 모빌리티 제품군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개발해 하나의 계정만으로도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로보택시, 로봇 등과 연동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위해 2030년까지 기술 역량 강화에 총 18조원을 투자하고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도 설립할 계획이다.
SDV 차량은 구매 후에도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의 성능과 기능 향상이 가능하다. 결함이 발생해 리콜 대상이 되더라도 정비소를 찾아 부품을 교체할 필요 없이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의 ‘굴뚝사업’과 비교하면 수익 모델도 훨씬 커진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 내외다. 그러나 SDV 선두기업 테슬라의 영업이익률은 10%를 훌쩍 뛰어넘는다. 올해 2분기 테슬라의 영업이익률은 14.7%를 기록했다. 테슬라는 고객으로부터 풀셀프드라이빙(FSD) 등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비용으로만 수백만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 테슬라를 자동차회사가 아닌 ‘소프트웨어 회사’로 부르는 이유다.
앞으로 자율주행 자동차까지 보편화되면 결국 소프트웨어 기술을 가진 완성차업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드웨어만을 만드는 회사는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굉장히 시기적절한 발표”라며 “변신하지 않는 글로벌 제작사는 단순 하청기업으로 도태되어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결국 소프트웨어 기술을 확보해야 피라미드의 꼭짓점이 될 수 있다”며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소프트웨어 개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내연기관의 경우 우리나라가 유럽 등 자동차 선진국에 비해 100년 이상 늦게 시작했지만, 전기차나 친환경차는 현대차와 기아가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이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도 선도기업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소프트웨어 분야의 1위 기업이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개발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일단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야 ‘인텔리전트 커스터머(intelligent customer)’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만약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보다 더 나은 소프트웨어를 만든 회사가 있어서 그것을 사다 쓴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운영체계가 전혀 없으면 부르는 값을 다 주고 사야한다”며 “그런데 이미 자체 개발해 놓은 소프트웨어가 있으면 실제 원하는 값으로 소프트웨어를 사다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너십 있는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개발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만으로도 해외의 우수한 소프트웨어를 판별하고 검증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