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적모임 인원 6인, 영업 제한시간 오후 10시의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안을 발표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세에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고려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완화’된 거리두기는 기존 오후 9시의 영업제한 시간에서 고작 1시간이 늘어난 것으로,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확진자의 급증에도 소비는 증가세를 유지하는 등 코로나 초창기와 현저히 달라진 패턴이 나타나는 만큼, 방역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19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부터 다음달 13일까지 3주 간 ‘사적모임 인원 6인, 영업 제한시간 오후 10시’로 조정된 새 사회적 거리두기안을 시행한다.
지난 18일 확진자가 최초로 10만명을 넘어서는 등 오미크론 변이의 급속한 확산에도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고통을 헤아리고 내수 경기의 침체를 우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9주째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분들의 극심한 고통이 누적되고 있는 현실도 외면할 수 없다”며 “깊어가는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고려해 개편된 방역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소한의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총리의 말처럼 이번 완화는 ‘최소한’의 틀에서 이뤄졌다. 기존 거리두기 기준에서 영업 제한시간이 한 시간 늘어났을 뿐이다. 이에 ‘완화’보다는 사실상 ‘거리두기 강화’가 지속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고통을 완화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여전히 아쉽다”면서 “3차 접종자에 한해 24시까지 영업이 가능하도록 상향하는 안을 재고하길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영업제한 시간을 한 시간 늘린 자체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보인다”면서 “확진자 수의 급증 추세로 봤을 때 이제는 사회적 거리두기만으로 이를 통제하기는 어려워보이고, 자영업자들의 입장에서는 크게 와닿는 ‘완화’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소비 패턴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한다. 코로나 초기만 해도 외출 감소와 함께 소비심리 위축 등의 영향이 감지됐지만, 이제는 코로나 확산과 내수가 직접적인 연관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1월 카드 국내 승인액은 전년 동월 대비 17.5%, 백화점 매출액은 31.5%나 증가했다. 나란히 12개월 연속 증가세다. 소비자심리지수도 지난해 12월 103.8로 3.8포인트(p) 하락했던 데 비해 1월에는 10.44로 반등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여전히 숙박·음식업 등 서비스업 분야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다”면서도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비하면 영향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억눌렸던 소비 수요가 폭발하는 ‘펜트업 효과’가 감지되는 가운데, 거리두기에 좀 더 유연한 기준을 적용해야 내수 경기의 활성화와 빠른 경제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동시 수용 인원을 제한하는 등 방식에 변화를 주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영업 시간 제한을 통한 거리두기가 확진자 제어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만큼, 현 상황에서는 자영업자들의 불만만 커질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