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우려와 함께 정책·공약 경쟁이 실종됐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00만 동학개미의 표심을 잡기 위한 자본시장 공약을 내놔 주목된다.
30일 <뉴스1>이 자본시장 전문가 및 소액주주 대표자 등과 함께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자본시장 관련 공약을 비교해보니 대체로 개인투자자들의 요구사항을 충실히 반영한 공약이 주를 이뤘다. 반면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구조적인 문제 개선이나 목표 제시 등은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개인투자자의 ‘표심’에 우선한 공약에 초점을 맞췄다고 볼 수 있다.
◇공매도 “폐지 대신 차입기간·담보비율 등 개선”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목소리를 높이는 ‘공매도 폐지’ 주장의 경우 이재명 후보는 “공매도 폐지 주장은 무책임한 것”이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일부에서는 개인의 투자 여건을 위해 공매도 폐지를 약속하지만 이는 무책임한 주장”이라면서 “공매도를 폐지할 경우 우리 주식시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이 후보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공매도가 이뤄지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우선 공매도 기관 및 외국인과 개인투자자간 공매도 차입 기간 차별을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개인은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릴 경우 90일 안에 상환해야 하지만 기관이나 외국인은 상환 기한에 제한이 없어 수익이 날 때까지 무기한 버티기가 가능하다”면서 “기관과 개인 간 형평성에 맞게 개선하겠다”고 언급했다.
윤석열 후보 역시 공매도 폐지에는 찬성하지 않는 입장이다. 대신 윤 후보는 보다 적극적인 공매도 개선책을 내놨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공매도 서킷 브레이커’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이다. 서킷 브레이커란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10% 이상 급등락하는 등 변동폭이 큰 경우 강제적으로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해 투자심리의 비이성적 흐름을 차단하고 시장이 냉정을 되찾도록 하는 기능이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주식시장에 광범위하게 도입돼 있다.
윤 후보는 공매도에도 서킷 브레이커를 도입해 특정 종목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할 경우 해당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자동으로 중단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또 개인투자자들이 기관에 비해 과도한 담보비율을 갖는 관행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매도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개인투자자가 외국인이나 기관에 비해 불리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 전문가는 “두 후보 모두 인기영합적인 ‘공매도 폐지’가 아닌 ‘합리적 개선’을 강조해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를 보였다”면서도 “차입기간의 경우 다소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관이나 외국인의 차입기간에 한도가 없다는 뜻은 주식 대여자가 원할때 언제라도 즉각 빌린 주식을 되갚아야 한다는 의미라는 것이 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만약 공매도 세력에 대해 60일로 상환기한이 정해지면 기한 이후 모두 갚아야한다는 부담보다 60일동안은 빌린 주식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것 때문에 시장의 혼선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문가는 “즉시 상환 조건은 그대로 두면서 갚아야하는 상환기한에만 제한을 둬야 원하는 정책효과를 거둘수 있을텐데, 이렇게 될 경우 공매도 기관이 한국 시장을 외면할 가능성이 있어 어려운 문제”라고 짚었다.
반면 소액투자자 대표는 “공매도가 중단됐던 지난 5월3일까지 코스피는 3200선까지 돌파했고 시장은 수급과 실적 등 지표에 투명하게 반응했지만 대형주 공매도 재개 이후 다시 혼탁한 시장으로 돌아가면서 코스피도 박스권에 갇혔다”면서 “두 후보가 내 놓은 제도만으로는 공매도의 부작용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매도 실시간 거래 완전 전산화와 실시간 부정감시 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금 부담 완화…물적분할 제한 및 대주주 견제 강화”
오는 2023년부터 도입될 주식양도소득세에 대해서는 두 후보 모두 반대입장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는 별다른 세금 공약을 내놓지 않은 반면 윤석열 후보는 양도소득세가 시행될 경우 모든 주식거래투자자들이 납부하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해 개인투자자들의 세부담을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또 양도소득세도 장기보유자에 한해 우대세율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소액투자자 대표는 “양도소득세 부과는 투자이익 5000만원 이상일 때 부과하기 때문에 소액 투자자들에게 별다른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국내 주식시장에서 이른바 ‘슈퍼개미’로 불리는 큰 손들이 떠나면 증시 자체가 박스권에 갇히고 외국인 손에 놀아나는 답답한 장세가 될 것”이라면서 “거래세는 오히려 투자자들이 마땅히 내는 공평하고 투명한 세금이며,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는 양도세를 폐지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물적분할’에 대해서도 두 후보는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재명 후보는 “기업 인수·합병, 물적 분할 과정 등에서 대주주의 탈법과 소액주주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하는 정책을 마련하겠다”면서 “대주주가 물적분할 등으로 소액주주를 배제하고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얻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원칙)를 활용해 대주주를 견제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후보는 “물적분할 시 기존 주주에게도 신주 인수권을 일부 부여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해외에서는 물적분할 시 이같은 방식을 적용해 기존 주주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고 있다.
윤 후보는 특히 대주주나 경영진이 과도한 장내매도 및 스톡옵션 행사 등으로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장내 매도 기한이나 한도를 제한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밝혔다.
자본시장 범죄와 관련해서도 두 후보는 동일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후보는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을 대폭 확대하고 주가조작 등 불법 행위에 대한 이익 환수를 위해 과징금 제도를 도입, 처벌의 실효성을 강화하겠다”면서 “범죄 행위자에 대한 자본시장 참여, 금융거래, 상장회사 임원 선임 제한 등 제재 방식도 다각화 해 자본시장 범죄를 뿌리뽑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후보는 “미공개정보 이용, 주가조작 등 증권 범죄 수사 및 처벌 전 과정의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개편해 자본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개인투자자들이 더이상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