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에서 여성 사장이 처음으로 선임된 데 이어 이어 삼성전자에서도 첫 여성 사장이 탄생했다. 그러나 재계에서 여성 사장의 비중은 여전히 1%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여성 CEO가 탄생할 수 있도록 임원진의 여성 인력 풀을 늘리는 동시에 ‘구색맞추기식 보여주기 인사’를 타파해야 진정한 유리천장 깨기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여성 인력의 적극적인 활용은 양성 평등은 물론 잠재성장률 개선을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다.
7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최근 정기 임원 인사에서 18년간 LG생활건강을 이끈 차석용 부회장 후임으로 이정애 사장을 발탁했다. 이정애 사장은 1986년 LG생활건강으로 입사해 2015년 그룹 공채 출신 첫 여성 부사장이 된 데 이어 국내 5대 그룹을 통틀어 비오너가 출신의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지난 4일에는 이영희 삼성전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삼성전자 최초 여성 사장에 올랐다. 로레알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로 2007년 삼성에 합류한 이 사장은 ‘이재용 회장 체제’의 첫 여성 사장이 되면서 나름의 상징성을 갖게 됐다.
삼성과 LG에서 첫 여성 사장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우리나라 재계의 ‘유리천장’은 아직 견고한 편이다. 5대그룹 중에선 현대차와 롯데그룹엔 여성 사장이 아직 없다. 1000대 기업으로 늘려도 여성 전문경영인 비중은 0.5%에 그친다.
CEO 후보군인 여성 임원의 비중도 미미한 수준이다.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은 403명으로 전체 5.6%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내 여성 임원 비중(2021년 기준)도 6.5%로 10%를 밑돌고 있다.
해마다 여성 임원 비중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구색 맞추기’에 그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여성 우대 회사’라는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오히려 여성 인재들이 이용된다는 비판도 있다.
그룹의 핵심 파트인 재무, 실적과 직결되는 영업 부문보다 경영지원 부문에서만 유독 여성 임원이 탄생하는 것도 입사 때부터 남성들이 재무·회계·영업 등을 경험하며 이력을 쌓는데 비해 여성은 마케팅 등 경영지원 분야에 계속 머물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공업, 철강 등 ‘남초 업종’에선 승진을 시키고 싶어도 여성 인력 풀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여성 임원은 성비 구색맞추기 덕분에 승진했다는 평가가 먼저 나오는 게 현실”이라면서도 “여성 임원 자체가 적어 적임자를 찾는 것도 어려워 이상과 현실과의 괴리가 크다”고 했다.
업계 안팎에선 여성 CEO 발탁 비중이 늘어나기 위해선 여성 임원 비중이 두자릿수를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봤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대기업 내 여성 CEO가 눈에 띄게 증가하려면 우선 여성 임원 비중이 10%를 넘고, 중간관리자층도 30% 이상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성 임원을 비롯해 중간 관리자급에 여성층을 두텁게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