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유럽 출장에서 귀국해 글로벌 복합위기 극복을 위한 ‘초격차 기술 리더십’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어떤 차세대 기술을 정조준하고 있는지 관심이 집중된다.
재계에서는 지난달 삼성이 향후 5년간 45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을 때 공개한 중점 강화 분야인 차세대 반도체 ‘DDR(Double Data Rate)5’ D램과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파운드리 공정, 6G 기술과 신약 개발 등을 꼽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한 팹리스 시스템·파운드리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 등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분석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전일 경기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삼성전자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 주재로 전자 계열사 사장단회의를 열고 ‘차세대 기술 개발’에 대해 8시간 동안 마라톤 난상토론을 했다. 이 부회장이 유럽 출장에서 돌아온 지 이틀만에 이뤄진 긴급회의였다.
이 부회장의 발언에선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이른바 ‘3고(高)’발 복합위기 그림자가 한국 경제에 짙게 드리운 가운데 이러한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믿을 건 기술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드러났고, 사장단은 기술리더십 확보를 위한 실행계획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대형 M&A 가능성도 열려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삼성전자가 깜짝 M&A를 발표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 유지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경쟁력 확보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기준 반도체 산업은 한국 수출의 19%, 제조업 설비투자의 45%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 경제의 성장판’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정 미세화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신소재·신구조에 대한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반도체 미세화에 유리한 극자외선(EUV) 기술을 조기에 도입하는 등 첨단기술을 선제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이 부회장도 지난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CEO를 만나 EUV 노광 장비 공급을 요청했다. EUV 노광 장비는 차세대 반도체 생산에 필수 제품이다.
이 부회장은 “ASML하고 반도체연구소(imec)에 가서 앞으로 차세대,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되는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인 DDR5 D램과 파운드리 3나노 공정 기술이 대표적이다. 반도체는 미세화될수록 발열량이 줄고, 성능은 높아진다.
DDR5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등에 최적화된 차세대 D램 규격이다. 현재 범용으로 쓰이는 DDR4 대비 2배 개선된 성능을 갖췄다. DDR4의 데이터 전송속도는 3200Mbps 수준인데, DDR5 제품은 6000~7000Mbps를 넘나든다. 삼성은 올해 하반기 DDR5 D램의 본격적인 출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파운드리의 경우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 격차를 줄이기 위해 한발 앞서 3나노 공정에 돌입했다. 3나노 공정은 기존 5나노 공정보다 칩 면적은 약 35% 작고, 소비전력은 50% 줄어들지만 처리속도는 30%나 빠르다.
삼성은 또 TSMC 추월을 위해 기존 ‘핀펫(FinFET) 기술’ 대신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하기도 했다. 핀펫 공정은 상어 지느러미처럼 생긴 차단기로 전류를 막아 신호를 제어하지만, GAA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을 4면으로 둘러싸 전류의 흐름을 더욱더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
다만 GAA 공정 자체 난도가 높고 수율(합격품 비율) 확보도 쉽지 않다. TSMC는 2나노부터 GAA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삼성은 기술을 고도화하고 수율을 안정화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수율만 안정화되면 엔비디아와 퀄컴 같은 팹리스 업체들의 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
삼성은 2025년 양산을 목표로 2나노 개발에도 나섰다. 이를 통해 2030년 파운드리사업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구현에 꼭 필요한 팹리스 시스템반도체와 센서에 대한 경쟁력 확보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기존 강자인 인텔(CPU), 엔비디아(GPU), 퀄컴(SoC), 소니(이미지센서) 등과 ‘기술 격차’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기술 확보를 위한 M&A도 추진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대형 M&A를 3년 내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달 31일 삼성호암상 시상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M&A 추진 여부와 관련해 “검토 중”이라며 재확인했었다.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매물로 꼽히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ARM과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 시스템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 등이 반도체 분야의 M&A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차세대 에너지 기술업체, 자동차 전장 기술 관련 업체 등도 M&A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AI와 차세대 통신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에도 투자를 집중한다. AI는 글로벌 역량 확보 및 기반 생태계 구축에, 6G 등 차세대 통신에 대해선 핵심기술 선점을 통해 글로벌 표준화 주도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각 관계사는 사장단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한 중장기 기술 로드맵(단계별 이행안)을 재점검한다. 또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마련해 실행해 나갈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기술을 통한 미래 준비’를 강조해 온 만큼, 삼성이 고(故)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에 준하는 강도 높은 혁신과 미래 먹거리 육성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뉴 삼성’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21일부터 상반기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한다. 이번주에는 IT·모바일·소비자가전을 담당하는 DX부문이, 다음주에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이 각각 회의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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