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12일 준법감시위원회와 만남을 갖는다. 다음 달 1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을 앞두고 회장 취임을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8월 사면 복권으로 경영 족쇄가 풀린 후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시작으로 삼성엔지니어링, 수원캠퍼스, 삼성SDS 등 국내는 물론 멕시코와 파나마, 영국까지 이 부회장이 펼쳐온 현장경영 행보가 준법위 방문으로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이 부회장이 지난 2012년부터 10년 동안 부회장으로 삼성을 이끌어 온 만큼 회장 취임은 시간문제라는 게 재계의 인식이다. 4대 그룹 총수 중 회장이 아닌 곳은 삼성이 유일하다. 이르면 다음 달 1일, 늦어도 내년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의 결단만 남았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승진보다 경영 성과가 먼저라는 의중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출장 귀국길에서도 회장 승진 질문에 대해 “회사가 잘 되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고 답한 바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12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리는 삼성준법위 정기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준법위는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을 맡았던 재판부 주문으로 탄생한 삼성 외부의 독립적 준법경영 감시기구다. 지난 2월 2기가 출범했으며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ESG 경영 실현’을 3대 추진 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다.
이 부회장과 준법위의 만남이 성사되면 지배구조는 물론 회장 승진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991년 삼성전자에 부장으로 입사한 이 부회장은 2001년 상무보로, 2012년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10년째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8.15 사면 복권’으로 경영 족쇄가 풀린 만큼 회장 취임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이번 준법위 참석이 회장 취임을 위한 사전 작업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 부회장은 사면 복권 후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을 시작으로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삼성SDS 잠실캠퍼스 등을 찾으며 광폭 경영 행보를 보였다.
또 멕시코와 파나마, 영국 등을 잇달아 방문하며 사업현황을 점검했다. 한국을 방문한 빌게이츠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기도 했다.
이날도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찾아 생산 시설을 둘러보고 임직원을 격려한다. 직원들의 호응은 물론 여론도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에 긍정적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오랫동안 삼성을 대표한 만큼 회장 취임을 미룰 이유가 없다고 본다. 특히 올해 하반기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회장에 올라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4대 그룹 중 회장에 취임하지 않은 총수는 이 부회장이 유일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020년 정몽구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최태원 SK회장은 1998년 부친인 최종현 회장이 타계한 지 일주일이 지나 회장에 올랐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2018년 구본무 회장 별세 이후 한 달여 만에 회장이 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은 예고된 수순”이라며 “관건은 취임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다음 달 1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이 거론되지만 사장단 정기 인사가 있는 12월 가능성도 있다. 내년 3월 이사회와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등기 임원에 오르면서 회장 직함을 다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최종 선택은 이 부회장이 해야 한다”며 “이미 내외부에서 회장으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승진이 급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어 “본인이 원하는 성과를 내고 승진할 수 있다”며 “승진 여부는 이 부회장 말고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