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대만 TSMC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3나노(nm·나노미터) 공정’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하자 이번에는 TSMC가 오는 9월 양산에 돌입한다고 맞섰다.
‘세계 최초’와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Gate-All-Around) 신기술 적용은 삼성전자가 한발 앞섰지만 고객사 확보는 TSMC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애플을 비롯한 대형 고객사들이 그동안 거래해 온 TSMC에 물량을 맡겼다.
남은 관건은 수율이다. 삼성전자의 3나노 파운드리 수율이 TSMC를 앞선다면 점유율 격차를 좁힐 수 있다. 올해 1분기 파운드리 시장점유율로 보면 TSMC가 53.6%로 삼성전자 16.3%의 세배를 넘는 수준이다.
22일 대만 IT 매체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TSMC는 애플을 3나노 공정 파운드리 첫 고객으로 확보하고 9월 양산에 들어간다.
삼성전자에 이어 TSMC까지 3나노 공정에 합류하면서 최첨단 파운드리 경쟁이 본격화하게 됐다.
기술력에서는 삼성전자가 한발 앞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3나노에서 세계 최초로 전류 통로(채널) 표면적을 넓힌 GAA 신기술을 적용해 반도체 연산 속도와 전력 효율을 끌어올렸다.
핀펫 공정은 상어 지느러미처럼 생긴 차단기로 전류를 막아 신호를 제어하지만 GAA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을 4면으로 둘러싸 전류의 흐름을 더욱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3나노 GAA 1세대 공정이 기존 5나노 핀펫 공정과 비교해 전력을 45% 절감하면서도 성능은 23% 높이고, 반도체 면적을 16%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에 도입될 예정인 3나노 GAA 2세대 공정에 대해선 한 단계 더 나아가 전력 50% 절감에 성능 30% 향상, 면적 35% 축소 등을 예상했다.
TSMC의 3나노는 5나노와 비교해 동일한 상황에서 집적도가 1.6배 증가하고, 속도를 15% 향상시키며 소비 전력은 30%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고객사에서는 TSMC가 승기를 잡고 있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TSMC가 애플 외에도 인텔, 퀄컴, 미디어텍,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을 3나노 공정 고객사로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 최초 고객은 비트코인 채굴 반도체를 만드는 중국 팹리스 업체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모바일에서 대형 고객사들을 확보했다. 몇 군데와도 수주를 논의 중이며 규모가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추가 고객사에 대해 보안을 유지했다.
앞으로 관건은 수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 등 글로벌 고객사들이 TSMC에 물량을 맡긴 건 수율이 일정부분 올라왔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핀펫 공정이라도 기술 성숙도가 높고 안정적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결국 삼성전자가 대형 고객사들의 주문을 따내려면 3나노 공정의 안정된 수율을 보여줘야 한다. GAA 방식을 적용한 3나노에서 수율이 안정화된다면 2세대 제품과 2나노에서 TSMC를 앞설 수 있다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기술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19일 경기도 용인 기흥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40년 전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첫 삽을 뜬 기흥사업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며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고객사는 불확실한 신기술보다 안정적인 기존방식을 선호할 수 있다”며 “3나노 1세대 수율이 올라가면 2세대 제품의 고객사 확보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