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20년 동안 300조원을 투자한다. 부족한 생산시설을 늘려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 추격에 속도를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15일 정부가 발표한 경기도 용인의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 총 30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는 경기도 용인에 710만㎡(215만평) 규모로 만들어진다. 2042년까지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 5개를 구축하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 등 최대 150개를 유치할 계획이다.
삼성은 기존의 기흥·화성, 평택에 이어 용인 클러스터에 팹을 만든다. 화성·기흥 벨트는 메모리·파운드리·R&D중심, 평택과 용인은 첨단 메모리·파운드리의 핵심 기지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평택과 미국 오스틴, 테일러 신공장까지 고려해도 대만 TSMC에 비해 생산 능력이 턱 없이 부족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TSMC의 시장 점유율은 58.5%고, 삼성은 15.8%이다.
삼성전자와 TSMC는 최선단 공정 양산 경쟁을 통해 파운드리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차세대 트랜지스터인 GAA(Gate-All-Around) 구조를 적용한 3나노 양산을 시작했으며, 같은해 12월 TSMC가 기존 핀펫(FinFET) 트랜지스터 구조로 3나노 양산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3나노의 벽을 넘어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까지 계획 중이다. 삼성전자가 TSMC보다 한발 앞서 3나노 공정을 양산하는 등 기술력을 증명했음에도 점유율 격차가 쉽게 줄지 않는 것은 생산 능력 차이 때문이다.
파운드리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공격적인 생산 능력 증대 없이는 점유율 확보가 불가능하다.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신규 산업단지를 조기에 조성해 생산 능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관건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국내 투자 가능 부지 고갈,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 규제로 투자 확대 한계 등으로 난관을 겪어왔다.
이번 용인 특화단지 지정으로 삼성전자는 TSMC와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파운드리는 생산 라인을 미리 확보해 놓고 고객사를 유치하는 ‘쉘 퍼스트’ 전략을 통해 고객사 요구를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특히 선단 공정 수요 대응을 위한 평택과 미국 테일러의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차세대 패키징 적층 기술과 이종 집적 패키징 기술에도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1993년부터 세계 1위)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 및 시스템LSI) 분야에서도 2030년까지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그동안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피 말리는 시장 경쟁 속에서도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고 이건희 선대회장-이재용 회장에 이르기까지 과감한 결단과 투자는 반도체 성공 신화를 만든 원동력이 됐다.
메모리 한파와 올해 1분기 적자 우려에도 삼성전자는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에서 20조원을 빌려 기술 개발에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든다’는 비전 하에 2028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해 10만9000㎡(3만3000평) 규모의 연구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열세인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에서 선단 공정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며 “용인 클러스터가 완성되면 TSMC와의 생산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