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은 ‘예산 600조원’ 시대를 연 한해였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불기파한 측면이 있지만 예산이 는 만큼 빚도 늘어 국가신용등급 추락 등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는 지난 3일 607조7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정부 제출안보다 3조3000억원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본예산을 기준으로 600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본예산에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합하면 올해(604조9000억원) 역시 600조원을 넘어선 셈이 된다.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도 예산은 400조5000억원이었지만 정부 재정역할이 한층 강화되면서 5년간 51.7% 증가해 200조원 이상 불어났다. 보편적 복지 확대 비중을 키워 재정지출을 늘려온데다 코로나19 충격 대응에 따른 방역·재난지원금이 늘면서 전례 없던 ‘초슈퍼 예산’이 된 것이다.
우선 소상공인 지원 예산이 대폭 늘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 하한액이 당초 분기당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급증했다. 소상공인 213만명에게 최저 연 1% 금리로 대출해주는데 1인당 평균 1700만원을 초저금리로 빌릴 수 있도록 모두 35조8000원이 공급된다.
법인 택시기사와 버스기사, 프리랜서 등 고용 취약계층 약 5만명에게는 연 1.5% 금리로 500만원 한도의 생활안정자금을 공급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공들였던 전국의 지역화폐 발행 규모는 정부 15조원, 지방자치단체 15조원으로 총 30조원에 달한다.
코로나19 긴급 대응을 위한 방역과 의료지원 예산도 크게 불어났다.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40만4000명분 구매 예산 3516억원, 중증환자 병상 4000개 추가 확보를 위한 예산 3900억원 증액, 인과성이 불충분한 백신 이상 반응 지원 242억원 등이다.
아동 돌봄 예산도 늘었다. 누리 보육료 단가가 2만원 더 올랐고 민간 어린이집 기관 보육료 인상률도 3%에서 8%로 상향 조정했다. 신생아에게 지급되는 첫만남 바우처와 동일한 200만원이 입양아동에게 축하금으로 지원된다. 입양아동 양육수당도 월 15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라간다.

이처럼 정부 재정역할을 크게 확대하면서 문재인정부 출범 직전 660조원대에 머물렀던 국가채무는 400조원가량 늘어 내년 1070조원에 이르게 된다. 이 여파로 내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사상 처음 50%를 넘어선다.
재정 상황이 그닥 좋지 않은 가운데 국가 채무 증가는 지속될 전망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세입 여건은 좋지 않은데 코로나19 위기 극복 등에 필요한 재정 지출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의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사상 첫 1000조원을 넘기는 국가채무는 2025년에 1408조5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는 58.8%로 60%에 육박한다.
재정 건전성이 날로 악화하고 있지만, 여야 정치권은 돈풀기 경쟁에 여념이 없다. 내년도 예산을 의결한 지 열흘가량 지난 이 시점에 벌써부터 ‘자영업 추가 손실보상’을 위한 최대 100조원 규모의 추경 얘기가 나온다.
마땅한 재원 마련 방안도 없이 대선을 불과 3개월 앞두고 펼쳐지는 이른바 정치권의 ‘표퓰리즘'(표+포퓰리즘) 공약 남발에 이러다가 내년 예산이 추경을 합쳐 ‘700조원 시대’ 마저 열리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가다간 국가신용등급 하락 역풍이 우려된다.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국제 자금 조달 비용 급증, 원화 가치 하락 등 부작용이 크다. 일부에선 아홉 번이나 국가 채무불이행 사태에 빠졌던 아르헨티나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