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선진국에서 가장 흔한 여성 생식기 암인 ‘자궁내막암’이 우리나라에서도 연평균 약 5.1%씩 증가하고 있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용범 교수와 원인부터 증상,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 자궁내막암, 한국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질병…제1형·2형 원인 달라
먼저 자궁내막암이란 말 그대로 자궁 내막에 생기는 암이다. 자궁은 자궁경부와 자궁체부로 나뉘며, 자궁 체부는 다시 자궁을 형성하는 근육층에 해당하는 ‘자궁벽’과 임신했을 때 아기가 자라는 공간을 형성하는 ‘자궁내막’으로 나누어진다.
자궁경부에서 발생하는 암을 자궁경부암이라 하고, 자궁벽에서 발생하는 암은 자궁육종이라고 한다.
자궁내막암은 영국, 미국 등 서구 선진국에서 가장 흔한 여성 생식기 암으로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보건복지부 암 등록사업 보고에 따르면 △2000년 726건 △2015년 2404건 △2017년 2986건이 발생하는 등 연평균 약 5.1%씩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 여성 생식기 암의 발생 순위가 자궁경부암, 난소암, 자궁내막암 순이었다. 그러다 최근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알려진 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도입되면서 자궁경부암의 발생이 감소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곧 자궁내막암이 가장 흔한 여성 생식기 암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궁내막암은 임상 병리학적 특성에 따라 제1형과 제2형으로 나누는데, 각각 발생 원인이 다르다.
자궁내막암 중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자궁내막양 선암이 제1형에 해당한다. 제2형 자궁내막암과 비교하면 예후가 좋은 특징을 가진다.
자궁내막양 선암은 여성호르몬 중의 하나인 에스트로겐에 대해 반대 작용을 하는 프로게스테론 없이 에스트로겐에만 지속적으로 과도하게 노출되는 경우에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 자궁내막이 두껍게 변하는 자궁내막증식증이라는 전암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위험인자로는 당뇨, 고혈압, 과체중 혹은 고도 비만, 장기간의 무배란성 무월경, 에스트로겐 단독 호르몬치료, 유전성질환인 린치증후군 등을 들 수 있다. 또 유방암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항에스트로겐제제인 타목시펜을 장기간 사용했을 때도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외에 발병 위험이 그리 커지지는 않지만 늦은 폐경 혹은 분만을 하지 않은 여성도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
제2형 자궁내막암은 분화가 좋지 않은 자궁내막양 선암과 자궁장액성암 그리고 투명세포암 등을 포함하는데, 전반적으로 예후가 좋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제2형 자궁내막암은 에스트로겐의 과도한 자극과는 연관성이 적고, 병리조직학적으로 자궁내막증식증과 관련 없이 갱년기 이후 여성의 퇴화한 위축성 자궁내막에서 주로 발생한다. 대표적인 위험인자로는 폐경기 이후의 나이가 많은 여성, 저체중의 마른 여성 등이 있다.
◇ 가장 흔한 증상은 ‘불규칙 출혈’…폐경 여성 주의해야
자궁내막암에서 가장 흔한 증상은 불규칙적인 질 출혈 혹은 자궁출혈이다. 폐경 후에 발병한 자궁내막암 환자들의 약 90%에서 나타나지만, 일부에서는 비정상적인 냉 혹은 질 분비물만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폐경기 이후에 질 출혈이 있다 하더라도 다른 폐경 출혈의 일반적 원인과 구분해야 한다. 폐경 후 출혈의 가장 흔한 원인은 단순히 노화에 따른 자궁내막위축증으로 60~80%를 차지하고, 이외에도 호르몬치료에 의한 출혈이 15~25%, 자궁내막용종에 의한 출혈이 2~12%, 그리고 자궁내막암의 전암단계인 자궁내막증식증이 5~10%로 보고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자궁내막암은 폐경 후 질 출혈의 약 10% 정도를 차지한다.
이러한 이유로 △폐경 후 출혈이 있는 경우 △폐경 후 자궁내막 염증 혹은 고름자궁(농자궁)이 있는 경우 △생리기간 사이에 비정상 자궁출혈이 있거나 생리양이 점점 많아지는 경우 △무배란성 불규칙 출혈 등이 있으면 자궁내막에 대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자궁경부암의 조기발견을 위한 정기검진으로 자궁경부질포검사가 있는데, 자궁내막암 환자에서 자궁경부질세포검사는 30~50%만이 비정상 결과를 나타내므로 자궁내막암의 조기발견에 좋은 검사법이 아니다.
그러나 이 검사에서 자궁내막세포가 보이는 폐경 후 여성이라면 위에서 언급한 증상이 없는 경우에도 자궁내막에 대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자궁경부암과 달리 자궁내막암과 난소암은 조기발견을 위한 검진방법이 확립돼있지 않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경우에는 자궁내막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므로 산부인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 5가지 치료법…수술 후 결과에 따라 보조요법 결정
자궁내막암의 치료에는 △수술치료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치료 △면역치료를 포함한 표적치료 △호르몬치료 등이 있다.
현재 일반적인 수술치료는 자궁절제술과 난소난관절제술을 포함해 암병기를 확인하기 위한 기타 수술을 모두 포함한다.
자궁절제술은 대부분 복강경이나 로봇과 같은 최소침습수술로 시행되며, 개복수술은 이러한 최소침습수술을 적용하기 어려운 일부 환자에서 시행된다.
암병기 설정을 위한 림프절절제술은 과거에 모든 환자에서 골반 및 대동맥주위림프절절제술을 시행했으나 요즘은 고위험군으로 판단되는 환자에게서만 선택적으로 시행하거나 감시림프절 생검을 시행해 불필요한 전체적인 림프절절제술을 최소화시키고 있다.
이는 림프절절제술을 포함한 병기설정술 시행 여부에 따른 환자의 생존율 향상과 같은 치료적 효과의 이득이 무작위대조 임상시험에서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림프절절제술로 임파부종과 같은 수술 후 후유증만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최근에 적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감시림프절 생검이란, 종양으로부터 관류 되는 림프액이 처음으로 도달하는 림프절을 말한다. 원발 병소에서 떨어져 나온 종양세포가 림프관을 따라 흐르다가 최초로 포획돼 미세 전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림프절이다. 이론적으로 감시림프절의 전이가 없는 경우에는 이후의 다른 림프절로의 전이가 없는 것으로 예측할 수 있어 불필요한 전체적인 림프절절제를 생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로봇 수술 또한 자궁내막암 수술에 도입돼 시행하고 있다. 이 수술은 기존의 복강경수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서 고도비만 등과 같이 최소침습수술을 적용하기 어려운 환자에게 시행할 수 있다. 로봇수술 후 결과 분석에 따르면 통증 등과 같은 수술 후 합병증 혹은 부작용의 발생이 복강경수술과 비교해 낮은 것으로 알려졌고, 생존율 분석 결과는 차이가 없었다.
수술 후에는 △자궁내막암의 병기 △암세포의 병리학적 유형 △분화도 등급 △자궁근층의 침윤 깊이 △림프혈관강 침윤 △림프절 전이 등과 같은 병리조직 검사 결과에 따라서 수술 후 보조요법이 결정된다.
자궁 이외의 침범 혹은 전이가 없는 초기 자궁내막암에서도 일부는 수술 후 보조요법이 필요할 수 있다. 이때는 방사선치료를 가장 많이 시행하고, 환자의 조직검사 결과에 따라 골반방사선치료, 질근접방사선치료, 확대방사선치료 등의 개인별 맞춤형으로 시행하고 있다.
방사선치료 후에도 추가 치료가 필요하거나 방사선치료의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항암화학치료를 하게 된다. 특히 재발성 자궁내막암에서 많이 시행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구역, 구토, 탈모 등 신체 독성이 많이 나타나는 항암약제를 투여하게 된다.
최근에는 재발성 자궁내막암에서 표적치료제와 면역치료제를 이용한 치료법이 발전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치료제로는 면역치료제로서 키트루다(pembrolzumab)와 옵디보(nivolumab)를 들 수 있고, 표적치료제로서는 렌비마(lenvatinib)을 들 수 있다. 특히 일부의 재발성 난소암에서는 키트루다-렌비마 병합요법의 효과가 매우 뛰어나서, 향후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그 효과가 규명되고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면 재발성 자궁내막암에서 우선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외에 치료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증상 완화를 위한 고식적 치료목적으로 프로게스틴제제 혹은 유방암치료에서 사용하는 호르몬억제제 등을 이용한 호르몬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 “무절제한 식습관·호르몬제 오용 멈추는 것 중요”
자궁내막암의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무절제한 식습관 및 운동부족으로 인한 비만을 조심해야 한다
아울러 당뇨 및 고혈압에 대한 예방 및 치료가 선행돼야 하며, 폐경 후 복용하는 호르몬제제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 종류를 결정하고 오용하지 말아야 한다.
가족 중에 자궁내막암, 유방암, 혹은 대장암 환자가 있는 경우에는 자궁내막암의 위험이 증가하므로 꾸준히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특히 비정상적인 자궁출혈이 있거나 월경과다 등의 증상이 있으면 바로 산부인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한 후 질식초음파검사 등의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부인과 초음파의 경우, 건강보험 급여화가 돼서 이에 대한 비용적인 문제도 많이 해소됐다. 자궁내막증식증과 같은 전암병변을 진단해 프로게스틴 치료, 자궁내막 소파술, 자궁절제술 등의 방법으로 미리 치료하면 자궁내막암이 생기기 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