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오는 16일(현지시간)부터 21일까지 중국과 영국을 방문한다.
특히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지난 2월 중국의 정찰풍선 사태로 중국 방문 일정이 전격 연기된 이후 4개월여 만에 성사된 것이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양국간 관계 개선의 모멘텀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14일 성명을 내고 블링컨 장관의 순방 일정을 공식 발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중국과 미국의 합의에 따라 블링컨 장관이 18일부터 19일까지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은 블링컨 장관 취임 이후 처음이자,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이 지난 2018년 10월 다녀온 뒤 약 4년8개월만이다.
블링컨 장관은 베이징에 있는 동안 중국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미국과 중국 관계를 책임감 있게 관리하기 위해 개방된 소통 라인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블링컨 장관은 또 양국간 관심사, 글로벌 및 역내 문제, 공동의 초국가적 도전에 대한 잠재적 협력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밀러 대변인은 말했다.
미국과 중국측은 모두 블링컨 장관이 만날 고위 중국 당국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지난달 10~11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동하고,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지난달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하는 등 고위급 소통이 재개되는 상황에서 이뤄진다.
이에 따라 최근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예상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미중 관계가 변화의 계기를 맞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당초 미중 양국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관계가 급랭했다가 같은해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간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대화 모드로 전환했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중국 정찰풍선 사태가 터지면서 양국간 긴장은 고조됐다.
이와 관련, 미 당국자들은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구체적인 성과물을 얻기 보단 중국과의 경쟁이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개방된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데 방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우리는 서로를 대하는 방식에 있어 일종의 돌파구나 변화를 가져올 의도로 베이징에 가는 게 아니다”며 “우리는 현실적이고 자신감 있는 접근법과 가능한 한 가장 책임있는 방식으로 경쟁을 관리하려는 진지한 열망을 갖고 베이징에 갈 것”이라고 밝혔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그러면서 블링컨 장관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관심을 강조”하고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서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블링컨 장관의 주요 목표는 중국과의 “진솔하고 직접적이며, 건설적인” 논의가 될 것이라면서도 “우리 앞에 실질적이고 생산적인 의제가 있을 것이지만, 목표는 그러한 최우선 목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지, 반드시 긴 성과물 목록을 만드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도 미국은 분쟁 위험을 줄이기 위한 위기 소통 메커니즘을 마련하는 데 관심이 있다며 “블링컨 장관은 이같은 소통라인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캠벨 조정관은 다만 고위급 소통 재개가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정책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쟁이 계속되면서 중국은 대만해협에서 쿠바에 이르기까지 도발적인 행동을 할 것이며 우리는 대항할 것”이라며 “우리가 긴장을 관리하려면 치열한 경쟁은 치열한 외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그동안 미국과 동맹의 힘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면서 “지금이 정확히 치열한 외교를 할 시간이다. 이것은 전략적인 전환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캠벨 조정관은 아울러 중국은 미국이 동맹과 추진하는 반도체 등 첨단기술 관련 정책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블링컨 장관에게 문제를 직접 제기할 것으로 예상하며 우리는 그런 결정을 방어하고 지금까지 우리의 활동, 미래에 예상되는 활동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특히 방중 기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한반도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한 뒤 추가 발사를 예고한 상태다.
앞서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 12일 워싱턴특파원들과 간담회에서 “블링컨 장관의 베이징 회담에서 북한이 의제에 오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대표는 이어 “블링컨 장관은 우리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비핵화에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중국이 역할을 할 것을 촉구할 것”이라면서 “분명히 중국은 이 모든 것에 중요한 이해관계가 있고, 우리와 협력해야 할 중요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 방문을 마친 뒤 영국 런던으로 이동한다.
블링컨 장관은 런던 방문 기간엔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에 참석해 러시아의 잔인하고 지속적인 공격으로부터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돕기 위해 공공 및 민간 부문의 국제적인 지원을 동원하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런던에서 영국과 우크라이나, 다른 동맹 및 파트너의 카운터파트들과 만날 예정이라고 밀러 대변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