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에 막힌 이란 동결자금해제…韓 선박 억류 장기화 우려
2021/03/11 09:50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블링컨 “한국 내 이란 동결자금 해제 안해”
AFP 통신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 ‘한국에 동결된 이란의 동결자금이 미국과의 협의 하에 해제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다’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 이란의 선(先) 핵합의 준수를 언급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란이 핵합의에 따라 다시 의무를 준수한다면 우리도 합의에 따른 제재 완화를 이행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란이 다시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한 제재 완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은 지난 2010년부터 이란 중앙은행(CBI) 명의로 한국의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하고 이를 통해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왔다.
그러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018년 5월 이란 핵합의(JCPOA) 탈퇴를 공식 선언하고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복원하면서 해당 계좌는 현재 동결된 상태다. 국내 은행에 묶여있는 이란 자금은 70억달러(약 7조6000억원) 수준이다.
우리 정부와 이란은 동결자금 해결을 위한 절차 등 사실상 큰 그림에만 합의했지, 실제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을 포함해 유관국들과의 협의 절차가 남은 상황이다.
정부는 그간 스위스 인도적 교역채널(SHTA)를 활용하는 방안을 미국 정부와 논의해왔다.
SHTA는 지난해 1월 시범 운영하기 시작한 것으로 미 정부로 부터 허가를 받은 스위스 의약·의료품, 식품, 무역 업체가 이란에 물품을 수출하고 대금은 스위스 은행이 지급 또는 보증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아이디어와 관련해 미국 측은 방법 자체에 대해서는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 ‘실행 허가’ 시점은 여전히 알 수 없다는 관측이다.
한국 내 동결자산 문제가 거듭 재기될수록 이란에 억류돼 있는 한국케미호 사태에 시선이 쏠린다.
이란혁명수비대는 지난 1월4일 호르무즈 해협 부근에서 한국케미호를 나포했다. 이란은 선원 19명의 석방을 결정했지만 선장과 선박 억류 조치 결정은 견지하고 있다.
이란은 공식적인 나포 이유로 기름유출로 인한 환경오염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아직 관련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동결자산이 나포의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까지 선장을 제외한 19명의 선원 중 귀국한 인원은 총 8명이다. 이 중 한국인은 2명이다. 한국케미호의 운항을 위한 필수 인력은 13명이기 때문에 기존 인력이 귀국하면 이들을 대체할 인원이 다시 이란에 파견되는 상황이다.
한편 이란 매체와 정부의 일방 주장은 사실상의 언론 플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동결자금 회수를 위해 ‘가짜뉴스’로 언론을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지난 8일(현지시간) 예드 하미드 호세이니 이란·이라크 상공회의소 사무총장을 인용해 “미국이 한국과 오만, 이라크 내 이란 자원 30억달러를 풀기로 동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블링컨 장관의 ‘선 핵합의 이행, 후 제재 완화’ 입장 표명은 이같은 이란 언론의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지난달 24일 우리 외교부도 이란 측의 ’10억 달러 우선 회수’ 주장과 관련해 “구체적인 금액은 정해진 게 없다” “미국 등 유관국들과 협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이란 정부는 지난 1월14일에는 ‘동결된 이란 자금과 구급차를 교환하자는 한국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식의 주장을 펼친 바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과 이란 사이에는 이전부터 이란 측의 희망으로 ‘인도적 교류 확대’ 차원에서 구급차 수입이 논의돼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