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인권에 대한 작심 ‘돌직구’를 던져 주목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자유 민주주의 가치 존중을 기치로 이를 이행하는 수단으로 인권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가치를 통한 동맹국 규합을 통해 대(對) 중국 견제 전선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이번에도 피력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블링컨 장관은 17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한미 외교장관 회담 모두발언에서 북한 정권을 언급하며 “자국민에 대해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저지르고 있다”며 “우리는 기본 권리와 자유를 옹호하고 그것들을 억압하는 것에 맞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 인권 부분은 문재인 정부가 민감해 하는 사안 중 하나다. 그간 북한이 인권 부분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고 때문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불씨를 되살리는 과정에서 북측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3년 연속 유엔인권이사회 북한 인권결의안 초안의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는 부분은 이 같은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바이든 행정부도 우리 정부의 스탠스를 모를 리 없다는 분석이다. 일련의 상황에서 블링컨 장관의 이번 돌직구는 많은 함의를 담고 있다는 관측이다.
먼저 민주주의와 인권 등 보편적 가치에 입각한 ‘반중전선’ 참여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중견제는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외교정책 키워드다. 민주주의와 자유 등 가치를 중심으로 동맹국을 규합하는 것도 이에 대한 일환이며 쿼드(Quad·미국 일본 인도 호주 참여) 협의체를 중심으로 대중견제 노선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한국은 쿼드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국과 베트남, 뉴질랜드 등이 참여하는 쿼드 확장협의체인 이른바 ‘쿼드 플러스’에 대해서는 구체화 되지 않은 협의체라며 참가 여부에 대해 즉답을 피하고 있다. 그러면서 투명성·개방성·포용성·국제규범 준수 등을 언급하며 “어떤 협의체와도 협력이 가능하다”는 다소 애매모호한 입장을 견지 중이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초기 관계 설정에 있어 향후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선공(先攻)카드’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중순 미국이 북한과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북측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최근 확인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관련 사실을 언론에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관계 개선 노력에 대한 명분을 쌓은 후 ‘잘못은 응답하지 않은 북한에게 있다’는 상황을 미리 조성하려 한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아울러 블링컨 장관의 북한 인권 발언은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과거와 달리 동맹국들을 규합할 ‘힘’이 부족한 미국이 대신 핵심 가치를 활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는 인권을 포기할 수 없다. 대중견제를 어필하기 위해서는 동맹국들을 모아야 하는데 예전과 같이 힘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이에 명분과 가치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북한 인권을 언급한 것을 두고 대북 협상용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그보다 인권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뿌리 깊은 핵심 정책 기조라고 보는 게 맞다”며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이 원한다고 북한 인권 부분에 대해 ‘양보’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