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6일째 지속되고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총파업) 사태와 관련해 29일 ‘운송개시명령(업무개시명령)’이라는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줄파업 ‘동투’ 앞두고 ‘불법용인’ 불가 방침 밝힌 윤정부
앞서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며 업무 복귀를 요청했으나, 화물연대 총파업이 강행되고 일부 산업 피해로 이어질 조짐이 보인다고 판단되자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전례없는 강경책을 꺼내들었다.
이는 노조의 집단행동에 끌려다니지 않고 법치주의를 통해 노사관계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조만간 예고된 서울지하철·철도 등 파업에도 같은 기조가 적용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시멘트 분야 운송사업자·종사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며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법행위 책임은 끝까지 엄정하게 물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희룡 “업무개시명령 집행…화물연대 정부의 협상 대상자 아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원희룡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어진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국무회의 의결이 완료된 현시점부터 운송거부자에 대해서는 업무개시명령이 집행될 예정”이라고 못 박았다.
시멘트 분야 운송사업자(운송업체) 201곳, 운송종사자 2500여명이 대상으로, 국토부는 이날 오후 운송업체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하며 명령서를 송달할 예정이다.
업무개시명령은 지난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을 계기로 2004년 노무현정부에서 도입된 제도로 실제 발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운송사업자·종사자가 명령서를 송달받은 순간부터 명령이 발동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다. 미이행 시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고, 사업 허가 정지 및 취소도 가능하다.
‘법과 원칙’은 윤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하면서부터 강조해 온 정부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다. 윤 대통령과 정부는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에도 ‘법과 원칙’을 강조했고, 이달 파업에서는 첫날부터 업무개시명령을 언급하며 화물연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특히 국토부는 한편에서 화물연대와 협상을 이어가면서도, 서로 협상 카드를 주고받았던 과거 정부와는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원 장관은 28일 노정 1차 교섭이 이뤄진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화물연대와 우리는 협상이나 교섭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용자·노동자 관계가 아닌 데다 안전운임제 논의가 국회에서 결정되는 만큼 국토부는 화물연대 업무 복귀를 설득하기 위한 ‘면담’을 이어간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토부는 화물연대와의 1차 교섭에서 ‘안전운임제 일몰 3년 연장 및 품목 확대 불가’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원 장관은 1차 교섭 전날 “이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라며 “정부가 카드를 준비했다가 달래는 것은 이제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강대강 대치에 ‘파업장기화’ 우려도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30일 2차 교섭을 진행할 예정으로, 일각에서는 업무개시명령으로 인해 퇴로가 막힌 화물연대가 투쟁 수위를 높일 경우 ‘강대강’ 대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화물연대는 이날 오전 성명서를 내고 “화물노동자 계엄령을 선포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한다”며 “우리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굴하지 않고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정의당이 “노동권을 무력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처음부터 기획된 업무개시명령”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정부가 시멘트 분야에 한정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점을 놓고 화물연대와의 추가 협상에 여지를 뒀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이번주 예정된 서울지하철 및 철도 총파업도 ‘법과 원칙’에 기반한 정부의 강경한 기조는 동일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30일부터, 공공운수노조 철도노조는 12월2일부터 순차적으로 총파업에 들어간다.
다만 국토부는 철도노조는 업무개시명령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원 장관은 앞서 “철도는 필수사업장으로 노사협약에 의해 이미 정해져 있는 기능유지 부분을 어기면 불법”이라며 “(철도노조는) 정식 노조라서 노사 교섭에 대해서는 정당한 노조 권리를 당연히 보장한다”고 말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