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한국인 지도자 박항서 베트남 감독과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이 동남아시아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두 팀은 6일(이하 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카르노 스타디움에서 2022 AFF 미쓰비시컵 4강 1차전을 치른다. 2차전은 9일 베트남 하노이 미딘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두 지도자는 ‘동남아시아 한국인 감독 시대’를 나란히 이끌어 왔고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 자격이 충분할 만큼 팀을 잘 지도하고 있다.
선구자 역할을 한 건 박항서 감독이었다. 2017년 베트남 지휘봉을 잡은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 역사를 새로 썼을 정도로 큰 공을 세웠다.
2018년 이 대회에서 우승, 베트남에 10년 만의 트로피를 안긴 박항서 감독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선 8강까지 견인하며 돌풍의 중심에 섰다.
이어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선 베트남 최초로 아시아 최종예선까지 진출, 또 다른 이정표를 세웠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은 물론 동남아시아 축구 전체에서 호평을 받자 인도네시아도 신태용 감독을 영입, 변화를 꾀했다.
신 감독은 기대에 부응했다. 2020 AFF컵에서 약체로 평가받던 인도네시아를 결승까지 진출시키는 이변을 일으켰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나란히 ‘영웅’ 대접을 받으며 이미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인 두 지도자는 얄궂게도 결승 진출을 위한 외나무다리에서 피할 수 없는 승부를 펼치게 됐다. 한 팀은 결승에 오르지만 한 팀은 무조건 탈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 감독은 동남아시아 무대에서 두 차례 만났으며,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이 1승1무로 앞서 있다.
한편 반대편 4강 대진에는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가 ‘동남아 강호’ 태국을 상대로 결승에 도전한다.
만약 말레이시아가 결승에 오를 경우 결승전서도 한국인 지도자 간 맞대결이 성사된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서 첫 대결을 펼쳤었는데, 당시엔 베트남이 3-0으로 이겼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만나도 재미있다. 김판곤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 시절 신태용 감독을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A대표팀 지도자로 선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