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최근 계획된 원유 증산은 불충분하다며 석유수출국기구(오펙·OPEC)의 증산을 촉구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성명에서 오펙의 최근 산유량 증산 계획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의 감산 규모를 완전하게 보완하지는 못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오펙과 러시아를 비롯한 산유국은 향후 2년 동안 수백만배럴의 원유를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원유 감산도 복구하기로 공언했다.
하지만 설리번 보좌관은 “글로벌 경제 회복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순간에 이 정도의 증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WSJ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오펙에 대한 원유 추가 증산 촉구는 미국의 물가 상승 우려와 맞서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7월 소비자 물가는 1년 전보다 5.4% 상승해 6월과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지난 2008년 이후 1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미 노동부가 발표했다.
같은 달 에너지 물가는 전월보다 1.6% 올랐다. 5월 기록은 1.5% 상승이었다. 휘발유 가격은 5월에 2.5% 오른 데 이어 지난달에는 2.4% 올랐다. 두 부문 모두 코로나 대유행 기간인 지난해는 물가가 급락했고 올해에는 급등했다.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과 에너지 물가 상승을 비판하며 키스톤 XL 파이프라인 취소와 같은 결정들을 바이든 행정부가 석유 및 가스 기업보다는 환경적 이익을 편든 것임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존 코닌 상원의원(텍사스)은 “백악관이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등에 한 손을 묶고 있으면서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원유 증산을 간청하는 것은 한심하고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역대 미국 행정부는 오펙 회원국들에 대해 고유가가 발생할 때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해 왔으며 때로는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오펙 대표단은 원유를 더 빨리 증산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사우디 관리들은 미국 정부가 석유 소비량을 줄이려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원유 증산을 요청하는 것이 혼란스럽다고 밝혔다.
다른 산유국 대표들은 또한 전 세계가 아직 이 코로나 대유행 사태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펙 대표단은 유가 하락이 석유와 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지출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특히 기후 변화에 대응하여 대형 정유사들이 석유에 대한 투자 중단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유가 폭등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봄 최악의 경기 침체로 유가가 마이너스로 돌아섰을 때 셰일유 기업들은 수천개의 유전을 폐쇄, 유전 수가 2017년 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지난 5월 현재 일일 산유량은 1120만 배럴로 회복됐지만 여전히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보다 13%가량 낮은 상태다.
셰일 경영진은 미국 내 세일유 생산이 수년 동안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서한에서 “사용 가능한 모든 도구를 사용해 미국 휘발유 시장을 감시하고 유가 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불법 행위에 대해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의 브라이언 디즈 위원장은 미국 공정거래위원회(FTC)에 보낸 서한에서 “FTC가 유가 감시, 인수합병(M&A) 활동 검토, 시장조사, 시장 조작 및 반경쟁 관행 조사 등을 통해 미국 휘발유 시장의 상황을 평가하고 불법 행위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법무부,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주검찰과 함께 이 같은 노력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