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이 백내장 수술에 대해 입원·퇴원 확인서를 발급받았더라도 무조건 입원 치료로 인정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판결하면서 백내장 과잉 진료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간 백내장은 도수치료와 함께 실손보험 적자의 주범으로 꼽힐 정도로 허위·과다 청구 사례가 많은 분야였다. 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대신해 인공수정체(렌즈)를 삽입하는 것인데 이 렌즈의 종류에 따라 수술 비용이 수십만원에서 1000만원 이상까지 청구됐다.
급여 항목인 단초점 렌즈냐 비급여 항목인 다초점 렌즈냐, 다초점이라도 빛번짐이나 선명도를 개선한 것이냐의 차이였는데 실손보험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비싼 렌즈로 수술하도록 유도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통원치료로 할 수 있는 것을 입원치료로 부풀리거나 진료비 일부를 환급해주겠다고 제안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입원치료의 실손보험 보장한도는 최대 5000만원인데 통원치료는 한도가 20만~30만원에 불과하다. 백내장 수술의 경우 지금처럼 환자의 개별 상황과 무관하게 입원치료로 인정됨에 따라 과잉진료의 배경이 된 측면이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백내장 수술에 따른 실손보험 지급액은 2016년 779억원에 비해 10배가 넘는 1조원이 훌쩍 넘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2019년 8월9일 서울의 한 안과에서 ‘노년성 백내장’ 진단을 받고 같은 달 16~17일 양일에 걸쳐 백내장 수술을 받은 환자에 대한 것이었다. 2심은 해당 환자의 증상, 진단 및 치료 내용, 행동 등을 종합하면 입원치료의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결했고 대법원도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해당 환자의 경우 진료기록부상 백내장 수술 준비부터 종료까지 2시간 남짓 걸렸는데, 법원은 입원·퇴원 확인서가 발급됐더라도 실질적으로 봤을 때 최소 6시간 이상 입원실에 체류하면서 의료진의 관찰·관리 하에 치료받아야 입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앞으로는 보험사가 백내장 수술과 관련해 입원치료의 적정성을 인정하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높아 통원치료 보장한도를 넘어서는 고가의 치료에 있어 실손보험 보장의 ‘불확실성’이 생기게 된다. 병원 측이 입원치료를 전제로 고가의 수술을 권유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대한안과의사회가 병원들에 보낸 안내문에서 “서울고법 결론이 유지됐으므로 백내장 수술 관련해 환자들이 보험약관에 따른 보험금 수령 가능성에 대해 질문할 경우 주의해 달라”고 조언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과잉 수술의 문제점을 인식한 대한안과의사회 등도 최근 들어 단순 시력교정술을 백내장 치료 수술인 것처럼 허위청구하는 것, 외래에서 시행하는 검사를 입원 중 검사로 받게 하는 것, 브로커를 통한 환자 소개와 알선·유인, 지방환자 대상 호텔 숙박비용 대납 등을 통한 환자 유치 등이 불법이라고 홍보했다.
보험금을 타기 위한 일부 영리병원의 치료비 부풀리기와 보험사의 규정 강화 사이에서 피해를 입는 것은 환자들이다. 보험사의 백내장 보험금 지급 증가는 실손보험비 상승으로 이어져 전체 보험료 납입자에게 전가됐다. 또 보험사의 지급 규정 강화에 실제로 입원 수술을 받은 선량한 백내장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 13일 백내장 미지급 보험금 피해자들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어 “우리는 보험사기행위 범죄자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판결로 인해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