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9일(현지시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를 새 정부가 해 나가야 할 중요한 어젠다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전 장관은 이날 오전 미 싱크탱크인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 고위정책그룹이 개최한 비공개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여러 문제들 가운데 에너지 이슈를 한미 양국이 함께 파트너가 돼 나아간다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박 전 장관은 현재 CSIS의 수석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에너지 문제는 한국 입장에서는 인접한 중국의 석탄발전 문제와도 직결돼 있고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에 대한 미국의 관심과도 맞물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자신이 이달 초 캠브리지 MIT 대학을 방문해 리처드 레스터 핵엔지니어링 교수와 어니스트 모니즈 전 에너지부 장관이 탄소중립을 위해 소형모듈원전(SMR) 활용의 필요성과 한국 기업과의 공조를 언급했던 것을 거론하면서 “이 문제는 지난 5월 한미 공동성명에서도 포괄적으로 언급돼 있는데 이는 문재인정부 이후 새 정부가 펼쳐나갈 중요한 어젠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갖고 원자력 발전 파트너십을 확대하기로 했다. 양측은 해외 원전시장에서 민간 원자력 산업 협력을 확대하고, 이와 같은 협력 과정에서 비확산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해외 원전시장에 공동 참여하고, 한미 원자력 고위급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박 전 장관은 “한미관계도 군사동맹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전개됐다면 이제 여기에 한미 경제동맹의 새로운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며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발표한 군사안보동맹을 넘어서는 경제·기술동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미양국이 가야할 방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미간 반도체 협력과 관련해 “한미 간에 그동안 쌓아왔던 반도체 역사만큼이나 지금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며 “이 문제는 미중간 미래산업 정책경쟁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인 공급부족 현상 속에서 자동차 등 공급망을 둘러싼 미묘한 시기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박 전 장관은 “미국 정부는 반도체 생산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루고 있어 한미간의 전략적 공조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반도체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뤄야 하는 것은 공급망의 문제를 넘어선 기술경쟁력의 문제이기도 하기에 반도체에 대한 미국이나 일본 정부와 같은 한국 정부의 국내지원도 앞으로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의 영국의 반도체 설계업체 ARM 인수를 거론하면서 “저는 한국의 삼성이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미국기업과 스타트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칩 설계는 도메인 놀리지(Domain Knowledge·특정분야에 대한 지식), 즉 경험과 창의를 바탕으로 한 기술 지식이 요구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기업은 한국의 소재, 부품, 장비에 대한 투자를 늘려서 상호보완, 협력적 관계를 보다 공고히 할 때”라고 했다.
그는 “미국에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만드는 일과 함께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미국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는 것은 새로운 한미경제동맹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라며 “최근 LG와 GM이 배터리 생산을 통한 파트너 관계로서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윈-윈 정책을 취했다는 것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미간 바이오 협력에 대해 “코로나19를 계기로 한미 양국간 바이오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자신이 장관 재임 시절 미국 화이자와 한국중소기업이 특허를 갖고 있던 최소잔여형(LDS) 주사기 협력을 이끌어낸 것과 벤처기업 모더나와 한국에 생산 공장 및 R&D 연구소 설치 문제를 논의했던 것을 소개했다.
그는 “바이오분야는 미국이 확실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이오분야에 있어서 개개인의 역량은 한국도 매우 우수하다”며 “따라서 새 정부는 이러한 개개인의 뛰어난 역량을 어떻게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처럼 엮어 내느냐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또한 대기업의 자본과 스타트업 즉 개인의 역량과 기술을 크게 융합하고 이것을 엮어내는 일에 더 매진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이 일에 한국과 미국의 긴밀한 바이오분야 공조가 있다면 인류를 위해 두 나라가 더 크게 기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저는 보스턴에 한국이 지원하는 바이오연구소를 세우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며 “신세틱 바이올로지(Synthetic Biology), 즉 융합바이오가 미래의 블루오션이듯이 바이오분야는 특히 집중과 연결이 중요하기에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