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정찰 풍선 논란 이후 냉각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예고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통해 대(對)중 압박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미국의 바람대로 중국이 미국의 관계 개선 의지에 호응할지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매우 빠른 시일 내에 (중국과의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중국과 분리(디커플링)하려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제거(디리스크)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다변화하려고 하는 것”이라 G7 정상회의 공동성명 내용을 재차 강조했다.
미중 양국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개방형 핫라인을 개설하는 등 소통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시간여 대화 끝에 “절대적으로 새로운 냉전이 필요하지 않다고 믿는다”며 양국 간 갈등 확대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시 주석 역시 “미국에 도전할 의도는 없다”며 “협력 상생을 추구하고, 중미 관계가 방향과 속도를 잃지 않고 더 나아가 충돌하지 않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불과 두 달 뒤, 중국 정찰 기구가 미국 영토 상공을 비행하는 것이 목격되며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정찰 풍선 논란이 불거지자 중국 방문을 취소했고, 그의 방중은 무기한 연기됐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중남미 순방 길에 경유 형식으로 미국을 방문하며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미중 간 고위급 실무진 대화가 재개된 건 바이든 행정부가 먼저 중국에 대화 시그널을 보내면서다.
지난 8일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가 친강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하나의 중국’ 원칙 준수 등을 강조하면서 중국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여줬고,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지난 1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틀간 회담했다.
이달 말에는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만날 예정이며,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 간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더 나아가 미 행정부는 지난 2018년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리 부장에 대한 제재 해제 여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역시 존 케리 미국 백악관 기후특사를 초청하며 대화에 호응하는 모양새다.
다만 G7 정상회의 이후 양국 관계가 바이든 대통령의 바람처럼 ‘해빙’ 무드에 접어들지는 미지수다.
이어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함과 함께 보란 듯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G7과의 연대를 등에 업은 바이든 대통령의 자신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G20 정상회의를 언급하며 “발리에서는 시진핑이 바이든에게 (반도체 관련 대중 제재를) 포기할 것을 촉구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설득되지 않았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시진핑의 항의는 바이든에게 미국의 접근이 옳았다는 것을 더욱 확신시켰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측에서는 G7 공동성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다루미 히데오 주중 일본 대사를 불러 G7 정상회의와 관련해 엄정한 교섭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우리는 G7 회원국들이 개방과 포용이라는 시대적 대세에 순응하고, 배타적 울타리를 폐쇄하고,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양국이 일시적인 유화적 관계를 보일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인 평화로 이어지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월드폴리틱스리뷰(WPR)는 “평화를 달성하는 것이 중국의 목표가 아닐 수도 있다”며 “무엇보다도 중국은 중국의 이익을 마음에 품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마약과 기후변화 등 두 국가가 함께 현실적으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영역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정찰 풍선과 같은 세간의 이목을 이끄는 저위험 대결을 피하고, 대화를 계속해 나갈 양측의 능력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