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에서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화상 면담을 통해 220억 달러(약 28조8310억원)의 신규 투자를 선언했다.
투자는 반도체(Chip)와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등 이른바 ‘BBC’ 분야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이미 SK는 포드와 손잡고 현지 배터리 합작 공장을 건설 중이며 수소·풍력·신재생에너지 등 ‘그린 비즈니스’도 확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반도체산업 육성법안 처리에 맞춰 팹(Fab) 건설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26일 백악관에 따르면 방미 중인 최 회장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현지시간, 한국시간 27일 오전 3시) 화상 면담을 갖는다.
‘미국의 제조업과 일자리에 대한 SK의 대규모 투자'(robust investments)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며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도 배석한다.
SK는 미국 제조업에 대한 220억 달러의 신규 투자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총 투자금액은 300억 달러(39조3150억원)에 달하게 됐다.
앞서 SK그룹은 오는 2026년까지 247조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그중 약 68조원을 해외 사업에 쓰기로 했다. 2026년까지 계획된 해외 투자 금액의 약 42%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셈이다.
최 회장이 SK그룹의 ‘글로벌 스토리’를 강조하고 있고, 미국이 글로벌에서 가장 큰 시장인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는 배터리와 수소, 에너지 솔루션 등 친환경 분야에 집중될 전망이다. 이미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자회사인 SK온과 포드는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통해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총 114억달러를 투자해 매년 215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129GWh규모의 배터리 공장 2개를 건설 중이다. SK온은 이 중 44억5000만달러를 투자한다.
수소 기업 투자도 늘리고 있다. SK는 플러그파워 지분 투자에 이어 모놀리스 머티리얼즈 투자를 발표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미국 출장 때도 “2030년까지 52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며 “SK가 미국 내 ‘그린 비즈니스’를 통해 미국 정부가 2030년까지 목표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량의 5%인 1억톤 상당의 감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SK가 미국에 반도체 제조시설을 건설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이어 테일러시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아직 미국에 제조 시설이 없다.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에 520억 달러(약 68조원)를 지원하는 내용의 반도체산업 육성법안 처리를 앞둔 만큼 반도체 공장 설립 계획이 나올수도 있다는 것이다.
SK㈜ 머티리얼즈는 일본 소재기업인 쇼와덴코와 ‘반도체 소재 북미 동반 진출 검토’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 면담을 갖고 22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놨다”며 “SK그룹이 배터리와 반도체, 바이오에 투자를 집중하는 만큼 이 분야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