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설 연휴를 하루 앞둔 날 경북 구미시의 한 빌라에서 3세 여아의 사체가 발견됐다.
경찰은 수사에 나서 아이를 양육하던 김모씨(23)를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경찰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숨진 아이의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석모씨(49)가 ‘친모’이고, ‘엄마’로 알려졌던 김씨가 여아의 ‘언니’인 충격적인 사실이 확인됐다.
석씨는 2018년 3월 말~4월 초 구미시의 한 산부인과의원에서 친딸인 김씨가 출산한 아이(행방 파악 안됨)와 자신이 출산한 아이(숨진 3세 여아)를 바꿔치기해 김씨 아이를 어딘가에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수사기관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아이를 낳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원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유전자 검사와 증거자료를 통해 석씨가 숨진 아이의 친모이며 두 아이를 바꿔치기 했다는 것으로 인정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수사기관은 현재까지 김씨 아이의 생사 여부와 소재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5일 “구미 3세 여아 사건과 같은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보호자의 자발적인 신고에 의존하는 현행 출생신고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출생신고제의 대안으로 ‘출생통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녀가 태어나면 친부모는 1개월 이내 출생지 관할 구청이나 동사무소에 출생 신고를 하는 출생신고제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출생신고가 안된 아이들은 필수 예방접종, 교육, 아동수당 등 국가에서 제공하는 기본적인 지원조차 받을 수 없다”면서 “반복되는 출생 미등록 아동의 학대나 사망 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가 관련 제도를 신속히 법제화하고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의 장이 아동의 출생 후 14일 이내 산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출생자의 성별, 출생 연월일시를 지자체에 통보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부터 비극적인 아동학대 사건의 반복을 막기 위해 출생통보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출생신고가 안되면 보호자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 의해 신체적·정신적·성적 학대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실제 아동이 그런 피해를 당하더라도 국가는 이런 상황을 인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인권위의 권고에 따라 정부가 2019년 ‘포용국가 아동정책’, 2020년 ‘제2차 아동정책 기본계획’에서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아직까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법무부는 이런 내용의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하면서 힘을 실었지만 현재도 진척이 없는 상태다.
우리복지시민연합 측은 “출생신고는 아동 인권의 시작”이라며 “또다른 구미 3세 여아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출생통보제를 신속히 법제화해야 한다”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