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활동이 줄어들고 학교 급식이 아닌 집밥을 먹게 되면서 영양 균형이 떨어지게 된 저소득층 미국 어린이들에게 비만과 당뇨가 늘고 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거의 없던 제2형당뇨가 급증하면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CNN에 따르면 미 루이지애나 주 배턴루즈에 있는 페닝턴 생물의학 연구 센터의 부교수인 대니얼 시아 박사와 동료들은 ‘호수의 성모 병원’ 입원 어린이들의 제2형 당뇨병 입원 비율을 조사·연구해 지난 25일 발표했다.
2019년 3월부터 12월까지 어린이 입원 건수는 2964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제2형 당뇨는 8건인 0.27%였다. 그런데 2020년 같은 기간 동안, 이 비율은 2729건의 입원 환자 중 17건 즉 0.62%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2019년과 2020년 두 해 동안 총 25명의 제2형 당뇨병 중 23명이 흑인이었다.
최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소아들의 제2형 당뇨병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특히 흑인, 중남미나 아시아, 아메리카원주민, 알래스카 원주민, 태평양연안 국가들 출신 어린이들의 이 병의 증가를 경고했다. 이들은 백인에 비해 저소득층 비율이 높아 가정식이 학교 급식에 비해 질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문제는 당뇨 증세나 합병증까지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페닝턴센터 연구팀은 2019년보다 2020년 제2형당뇨로 입원한 어린이들의 혈당 수준이 더 높고 더 심각한 탈수 증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LA어린이병원의 릴리 차오 박사는 같은 현상이 자신의 병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케토산증같은 합병증이 증가했다고 말했는데, 케토산증은 인체에 인슐린이 충분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심각한 당뇨 합병증이다.
차오 박사는 “이전까지 제2형 당뇨병이 있는 환자들 중 케토산증 비율은 우리 병원에서는 5~10%였다”면서 “그런데 지난해에는 비율이 20%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최근까지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제2형 당뇨병에 거의 걸리지 않았다. 췌장이 인슐린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선천적인 병인 제1형 당뇨와는 달리 제2형 당뇨는 40대 이후 발생해온 일종의 생활습관 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생활을 바꾸면서 어린이 비만이 늘고 이것이 당뇨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동 비만은 지난 40년 동안 미국에서 크게 증가했다. 미국 CDC에 따르면 1980년에 5%에 불과했던 2~19살 어린이 청소년들의 비만율은 2018년 19%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런데 지난 5월 필라델피아 케어 네트워크 소아병원을 방문한 2세에서 17세 사이의 50만 명 이상의 아동에 대해 체질량 지수를 측정한 연구에 따르면, 2019년 1월과 2020년 12월 사이에 비만율은 13.7%에서 15.4%로 2% 포인트 가량 증가했다. 코로나19 전 증가율은 1%포인트 미만이었는데, 가뜩이나 증가세인 비만율에 코로나19가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