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백신 종주국인 미국으로부터 백신을 공급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은 백신 공급과 관련해 인접국가인 멕시코와 캐나다 그리고 ‘쿼드(Quad, 미국·인도·일본·호주 4개국 협의체)국가’에 대한 우선 공급의 뜻을 내비쳤다. 미중 패권갈등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온 정부로선 난감한 상황이 된 것이다.
미국이 개발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다른 백신과 달리 부작용도 적고 효능과 안전성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부작용 사태로 접종률이 줄어든 한국으로선 이들로부터의 백신 확보가 필수적이다.
최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미일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화이자 백신 1억회분을 새롭게 확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 정부도 백신 확보를 위해 미국에 대한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일본의 백신 확보 비결로는 미국에 대한 밀착 외교가 작용했단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동맹국인 미국과 최대교역국인 중국 사이에서 한쪽으로 기울지 않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반중국 성격인 협의체 ‘쿼드’에 불참의사를 밝혀왔다. 미국이 주도하는 다른 협의체에도 불참하면서 한미관계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 상황 속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다른 나라에 대한 백신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 해외로 그것(백신)을 보내는 걸 확신할 만큼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미 ‘백신 스와프’에 대한 질문에서 불쑥 ‘쿼드’를 꺼냈다.
그는 미국의 코로나19 공중보건 공헌 사례로 ‘코백스(COVAX)’와 ‘쿼드’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의 한미 백신 스와프 계획에 대해선 “현재로선 국내 백신 접종이 우리의 중점”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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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화이자 백신 접종을 앞두고 의료진이 주사기에 백신을 소분 조제하고 있다. 2021.4.15/뉴스1 © News1 |
이 때문에 일각에선 한국의 쿼드 가입을 압박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으로부터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선 ‘쿼드’ 등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국 협의체에 가입의사를 분명히 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이 백신이란 한정된 자원으로 동맹외교를 강화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밀착을 통해 5월 중순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백신을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 센터장은 “압박이 아니라 국가의 기본 원칙”이라며 “미국이 한정된 자원을 배분함에 있어서 미국의 대외정책과 부합하는 나라에 먼저 제공하는 것은 미국의 권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도 미국에겐 주요 동맹국 중 하나이니 굳이 쿼드 가입을 하지 않아도 백신을 받아 올 수 있을 것”이라며 “한미일 안보 협력, 첨단기술 협력을 굳건히 해 나간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