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년3개월 만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본격적인 ‘긴축의 시대’를 열어 제쳤다. 연준은 앞으로 추가 기준금리 인상과 동시에 양적긴축에도 속도를 붙여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금융권은 “드디어 올 게 왔다”는 반응이다. 그러면서도 연준의 행보를 두고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우리나라 기준금리 역시 연말까지 1.75%에서 높게는 2%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18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15~16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기준금리가 0.25%포인트(p) 인상된 것을 두고 금융시장은 예상에 부합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0.00∼0.25%에서 0.25~0.50%로 올렸다.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dot plot)를 보면 위원들은 올해 말 기준금리가 1.9%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남은 6번의 FOMC 회의 때마다 0.25%p씩 인상해야 도달할 수 있는 금리다.
한발 더 나아가 연준은 전 세계 달러를 적극적으로 거둬들이는 ‘대차대조표 축소’ 역시 다음번 회의에서 시작하기를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7.9% 올라 4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상황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사투에 나선 셈이다.
국내 금융권에선 연준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예상된 결과라는 반응이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 하원에 출석해 “인플레이션이 2%를 훨씬 웃돌고 강력한 노동 시장으로 인해, 이달 회의에서 연방 금리의 목표 범위를 올리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말하며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했기 때문이다.
FOMC는 점도표를 통해 2023년 말까지 기준금리가 2.8%에 오른 뒤 2024년에도 이러한 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내년까지 기준금리가 과연 3%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오를 지에 대해선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매파적 시각을 감안할 때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1.9%로 상승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이지만 내년까지 2.8%까지 추가로 오를 지에 대해선 판단을 보류하는 분위기”라며 “경제적인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데다 경기 하방 압력도 강해지고 있어서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우리나라의 올 연말 기준금리가 연 1.75%로 오를 거란 전망을 대체로 유지하는 분위기다. 미국에 앞서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상당히 오른 상황이라 미국에 쫓기듯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는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상 최저인 0.50%로 떨어졌던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부터 3차례에 걸쳐 1.25%로 올랐다.
공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가 1.9%로 오르고 우리나라가 이보다 낮은 1.75%로 한미 금리가 역전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기준금리를 기계적으로 높여야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며 “과거에도 한미 금리가 역전된 적도 있었던 만큼 한은이 국내 경제 상황에 더욱 주안점을 두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우리나라 통화정책이 이전보다 ‘덜 매파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은은 높은 물가에도 물론 대응해야 하지만 경기 하방 압력 역시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연 1.75% 전망치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은 높게는 2.00%까지도 오를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현행 1.25%에서 0.25%p씩 많게는 3번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물가가 하반기 들어 예상보다 높은 흐름을 유지할 경우 한번에 0.50%p 인상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할 것”이라며 “일단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1.75%까지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연준이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더욱 가파르게 올린다면 우리나라 역시 2%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우리나라 전망을 바꿀 필요성이 크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도 연말 2%까지 오를 거란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돼 있지만 높은 물가가 오래 지속된다면 금리 상승 압력은 전보다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