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미국과의 무역 갈등 속에서 미국산 차세대 전투기 도입 계획을 재검토하며 방위 전략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대미 관세 갈등과 도입 비용 급증이 겹치면서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 구매가 불투명해졌다는 평가다.
4일 현지 언론 더힐과 캐나다 공영 CBC에 따르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F-35 전투기 72대 추가 도입에 대한 최종 결정을 보류한 상태다. 캐나다는 2022년 F-35 88대를 구매하기로 결정했지만, 이 가운데 16대만 우선 계약이 진행됐고 나머지 물량은 인도 일정과 비용 문제로 재검토 대상에 올랐다.
당초 190억 달러로 추산됐던 사업 총비용은 277억 달러까지 치솟았고,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를 둘러싼 양국 간 긴장이 겹치며 정치적 부담도 커졌다. 이에 카니 총리는 지난해부터 구매 계약 전반을 다시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캐나다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국방 조달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 국가안보정보보좌관 빈센트 릭비는 캐나다가 유럽과 인도·태평양, 한국 등 다양한 국가로부터 군사 장비를 조달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안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기종은 스웨덴 사브가 개발한 JAS 39 그리펜이다. 사브 측은 전투기 현지 조립과 생산을 통해 캐나다에서 1만2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제안하며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다.
여론도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캐나다 국민의 70% 이상이 F-35 단독 운용 대신 그리펜 혼합 또는 전환 도입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F-35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10%대에 그쳤다.
미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피트 훅스트라 주캐나다 미국 대사는 캐나다가 F-35를 구매하지 않을 경우 NORAD 체계를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최신 전투기 도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북미 영공 방어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발언은 캐나다 내에서 정치적 압박이라는 비판을 불러왔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미국의 압박이 캐나다의 방위 다변화 움직임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일부 안보 전문가들은 그리펜의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F-35가 기술적으로 한 세대 앞선 전투기라는 점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캐나다의 최종 선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번 논란은 미국 중심이던 북미 방산 질서에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